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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Sep 20. 2020

마음이 헝클어진 나를 어찌할 수 없을 때

단단히 묶은 신발끈도 언젠간 풀린다

어젯밤 잠에 들기 전, 아침 운동에 다녀오면 몸과 마음에 쌓인 묵직한 기분이 씻겨질 거라고 생각했지만 예상이 빗나갔다. 나를 지켜줄 루틴도 힘을 제대로 쓰지 못하는 날이다. 오늘만큼은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었다. 끝을 알 수 없는 심해 속 한가운데에 있다면 이런 기분일 것이다. 수압으로 인해 몸을 자유롭게 움직 일수 없다고 느끼는 그 느릿함. 밀물이 들어오면 썰물이 빠질 것이라는 걸 안다. 슬픔이 빠져나가길 기다리자며 자리에서 일어나 방문을 나서려고 했다. 그러나 한 걸음을 채 떼어내지 못하고 방 안에서 멈추었다.      


나를 나갈 수 없게 만든 건 문턱이었다. 매번 지나다니는 문턱이 오늘따라 들어오지도 나가지도 말라는 경계선으로 느껴졌다. 빨리 방문을 지나 나가야 하는데, 머리로는 지각을 걱정하면서도 발이 문으로 나서질 못했다. 한 발을 문으로 내뻗고 다시 뒤로, 다시 뻗고 뒤로 가기를 두 어번 반복하자 방문을 넘어서지 못하는 내가 미쳤다는 생각에 눈물이 났다. 집에는 조용한 공기와 내가 있을 뿐이었다. 아무도 달래주지 못했다.    

  


신발끈을 아무리 단단히 묶어도 언젠가는 풀린다. 신다 보면 매듭이 약해질 수도 있고, 내가 처음부터 단단히 묶지 않은 것일 수도 있다. 누군가가 끈의 끝자락을 잘못 밟아 풀어질 수도 있으며 단순히 모양이 마음에 들지 않아 풀 수도 있는 것이다. 마음도 마찬가지다. 하나하나 말하자니 너무나 사소하고 말로 다 하기엔 할 말이 많아지는 일들이 마음의 끈을 헝클어뜨린다. 무기력해지고, 차가운 분노가 마음에 생기고, 슬퍼지기도 한다. 인생에 힘든 일이 있으면 안 된다고 생각하는 게 아니라, 어떻게 하면 덜 힘들 수 있는지 방법을 알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마저도 안 되는 그런 날이 있을 뿐이다.      


신발끈도 때가 되면 풀리는데 유기적으로 살아있는 인간의 마음이 어딘가 풀리는 게 왜 안될 일인가. 다 잘 될 거라는 무조건적 긍정이 필요한 게 아니라, 헝클어진 마음에 말을 걸고 그래도 된다고 알아주는 인정이 필요하다. 내가 나약한 게 아니라 그저 마음이 풀려 나간 것이다. 문턱을 넘기 어려웠던 나는 '명확히 말하긴 어렵지만 어쨌든 슬프긴 하다. 허나 슬퍼도 된다'라고 인정하자 문턱을 넘을 수 있었다. 헝클어진 마음은, 그럴 수도 있다고 인정받아야 한다. 




# 묻는 말

독자님은 무기력, 슬픔, 화, 우울 등으로 마음이 헝클어질 때 어떤 생각을 하시나요. 

그 감정은 어떤 단어로 표현 되나요. 

그 감정을 어떻게 해소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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