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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슬기 Jun 19. 2020

자기 계발에는 OO이 필요하다

니체를 읽고 느낀 점

철학은 당연한 것에 시비를 걸고 질문을 하게 만든다. 원래 그렇다고 생각하는 타성에서 벗어나 가슴에 물음표를 품고 낯선 곳으로 떠나는 여정이다. 철학은 구름 위에 노니는 관념의 유희가 아니다. 철학은 고통을 극복하기 위해 고뇌에 찬 사유의 과정이다. 철학은 사고 근육을 단련시켜 시련과 역경에도 쉽게 무너지지 않고 살아가면서 직면하는 근본적인 문제들을 사유하는 과정에서 나는 왜, 어떻게, 무엇을 위해서 살아가야 하는가를 깨닫게 된다. (...) 세상이 흐름을 움직이는 근저의 힘을 읽어내는 것이 중요하다. 흐름의 근저를 읽어내려면 철학적 탐색과 인식이 필요하다. 대부분의 위기는 본질이 문제이다. 위기의 시대일수록 변화의 흐름을 꿰뚫어 통찰할 수 있는 스스로의 철학을 세우려는 실천과 용기가 필요하다. 「유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p. 178



내가 누군가에게 데미안을 선물한다는 것은 "나는 당신을 사랑하고 존경하며, 나의 모든 것을 얘기하고 싶고 나와 많은 것을 함께하는 깊은 사이가 되자"는 고백이다. (아직 선물한 적은 없다.) 나는 데미안을 1년에 한 번 정도는 정독한다. 올해까지 나는 데미안을 4번 정독했다. 데미안을 오랫동안 읽으면서 느낀 점이 있다면 이 책을 제대로 읽으면 심리치료서, 자기 계발서를 여러 권 읽을 필요가 없다는 점이다. 일반적인 자기 계발서의 요지는 늘 비슷했다. 10년 전에 읽었던 입문자용 자기 계발서들의 내용은 현시점에 효용가치가 떨어지는 것이 생겼다. 그 책이 잘못된 것이 아니라, 세상의 흐름이 빠르게 바뀌면서 '지금 이 순간'에 필요한 것들이 달라졌기 때문이다. 거대한 세상의 힘에 휩쓸리지 않으려면 내 중심이 필요했다.

 

처음엔 덜 다치기 위해서 책을 읽기 시작했다. 인생을 미리 살아본 사람들의 얘기를 듣고 나쁜 것들을 피하면 내가 덜 다칠 거라 믿었다. 덜 다친 상태로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하면 시간을 아낄 수 있으니까 말이다. 틀린 생각은 아니지만 이 생각의 기저에는 나약한 내가 있다. 정해진 길을 가는 것이 편하다는 것을 아는 것이다. 살고 있긴 한데 둥둥 떠다닌 채로, 상황이 바뀌면 따라가는 데로 살기 쉬운 환경이다.


책의 정보를 나의 현실에서 실천하는 것은 언제 바뀔지 모르는 날씨 속에서 사는 것이었다. 계획을 틀어버리는 변수는 파도처럼 밀려왔다. "너는 어떻게 살고 싶니?"라는 질문에 "저는 선생님으로 살 거예요. 배운 것들을 많이 나누어 주는 사람으로, 가능성을 믿어주는 사람으로 살고 싶어요."라는 확신에 찬 대답이 흘러나왔지만 어떻게(HOW)를 대답하기 전에 왜(WHY)부터 대답했어야 했다.


자기 계발에는 '철학' 이 필요하다


깊고 많은 생각에 비해 재빠른 행동이 부족했던 점은 나 스스로를 실망시켰지만,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꺼내 볼 결과물은 생각보다 많았다. 책을 보는 안목, 선택한 책의 부실함, 자체의 실력이 부족했던 것은 20살에게 당연했다. 내가 원하는 것에 시간과 돈을 투자했던 것은 과거의 나에게 최선이었다. 나는 한 번에 철학책을 손에 쥔 게 아니다. 굳이 카테고리를 따지지만 자기 계발서, 성공처세술, 문학을 거쳐야만 했다.


자신을 찾고 자신의 내부에서 견고해져서 그 길이 어디에 닿아 있건 간에 조심스럽게 자신의 길을 다듬어 나가는 일. 그 이외의 다른 의무는 존재하지 않는다. (...) 그 어떤 것 하나라도 사람이 선택할 수 있는 것은 없었고, 무엇 하나 사람이 원한다고 해서 이루어질 수 있는 것도 없었다. 단지 자기 자신만을 원하고 자신의 운명만을 원할 수 있을 뿐이었다 「데미안」 p.159


데미안을 읽고 나서 '지금 여기'에 현존하는 것의 의미를 찾고 싶었다. 그리고 헤르만 헤세가 왜 이런 이야기를 들려주게 되었는지 궁금했다. 저 마다 자기 자신이 되고 싶어 하는데 그 욕망과 '지금' 이 어떤 상호작용을 해야 하는지 묻고 싶었다. 단지 자기 자신만을 원하고 자신의 운명을 원한다는 말에서 나는 니체를 만나기로 결심했다.


우리는 더 강해져야 한다. 당신 자신부터 시작하라. "왜 살아야 하는지를 아는 사람, 삶의 의미를 아는 사람은 어떻게든 살아갈 수 있다" 「12가지 인생의 법칙」 p. 104



철학책은 밥을 먹여주지 않는다. 하지만 다른 책들도 밥을 먹여주진 않는다. 철학책은 어려울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책들도 이해하지 못하면 어렵기는 매 한 가지이다. 철학책은 뜬구름 잡는 소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다른 책을 읽고도 느끼는 바가 없고 실천하는 바가 없다면 뜬구름 잡는 소리는 같다.


철학은 다른 사람이 아닌 내가 선택하는 것들에 이유(WHY) 물어본다. 이유가 분명하다면 자신을 설레게  방법들을(HOW) 골라내는 안목과 실천하는 힘은 강해질 것이다. 나는 행동을 이끌어 내는 강력한 메시지를 찾기 위해 니체를 찾았다. 철학을 한다는 것은 형이상적인 관념 속에 떠도는  아니다. (나는 그런 철학을 거부한다.) 내가 니체를 선택한 이유는, 그는 삶의 체험에서 모든 것을 파악하는 생철학자였기 때문이다. 휩쓸리지 않는  자신이 필요하다면 질문하는 철학자 니체를 만나기를 추천한다.



<참조 도서>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 프리드리히 니체

「유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한다」- 유영만

 「데미안」- 헤르만 헤세

 「12가지 인생의 법칙」- 조던 피터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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