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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성민 Oct 17. 2022

달리기를 중단하게 되다

<아무튼 달리기_김상민>를 읽고

매번 달리기만 하니 하체 근육이 붙지 않았다. 조금 더 멀리 오래오래 뛰기 위해서는 근력강화가 시급했다. 하체 강화에는 스쿼트 만한 게 없었다. 올해 2월부터 스쿼트를 시작했었다. 하루에 10개씩 3세트를 매일했다. 유튜브까지 찾아보며 열심히 했다.


하지만 이내 다리에 통증이 시작되었다. 왼쪽 발이 저리며 불편한 느낌이 왔다. 크게 아프지 않아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매년 한두 번 찾아오는 증상이라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지겠지 라고 생각했다. 6개월이 지나도 낫지 않았다. 오히려 통증은 엉덩이를 타고 올라왔다. 결국 병원에 가니 허리 쪽이 눌러 치료가 필요하다고 했다. 심각한 상황은 아니지만 당분간 무리한 운동을 하지 말라는 통보도 받았다. 달리기를 당분간 하지 못하는 것이 제일 슬펐다.


가을이 오면 달리기하기엔 최적이다. 바람이 선선하게 불고 겨울처럼 춥지도 않아 뛰기에 좋은 계절이다. 아름다운 가을에 달리지 못해 원통했다. 여름에 더워서 잘 가지 못한 뷰맛집을 뛰어야 하는데 말이다. 트레일런 즉 등산길을 뛰려고 전용 백팩도 구입했는데 말이다.


3년 차 러너에게 가을 달리기의 의미는 쾌적한 날씨 의미 그 이상이다. 가을은 올해 했던 일들이 정리되는 계절이다. 연초에 세웠던 계획이 잘 진행되었는지 돌아보고 주변과의 관계가 괜찮은지 등 성찰의 시간을 갖기에 딱 좋다. 2022년은 나에게 특별한 해이다. <현장의 힘>을 써서 책으로 출판했고, 지역 사회운동가들과 새로운 연대체를 만들었다. 올해 가을은 풍성하겠다고 생각했지만 가을되니 아쉬움이 많이 남는다. 3년 전부터 가을 달리기를 통해 허전한 마음을 달래곤 했는데 올해는 달리기 못해 마음이 개운하지 않다.


뛰지 못하니 뛰는 사람들의 이야기라도 읽어볼까 하고 <아무튼 달리기>를 읽었다. 가을 달리기로 아쉬움 마음을 달래지 못한 부분이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지 않을까 싶어서 말이다.


신체적 건강이 정신 건강을 보장한다는 말을 믿지 않는다. 몸이 건강한 사람이라도 정신적인 문제가 있을 수 있다. 마음이 아픈 사람에게 운동만 하면 모든 게 해결된다는 조언이 그래서 싫다.


달리기는 이런 나의 생각을 뒤집어엎었다. 달리기를 시작하는 사람들 중에 아픈 몸과 마음이 계기가 된 사람이 유독 많다. 신기하게도 주변 사람들 중 반 이상은 아픈 상태로 시작해서 건강한 삶을 습관을 갖게 된다. 물론 만병통치약이라고 말하고 싶지 않다. 단지 건강한 상태가 되고자 하는 의지를 불러일으킨다.   


저자 또한 이별의 아픔을 잊기 위해 뭐든 하는 시절 달리기를 만났다. 달리기를 만나고 차분한 마음과 상쾌한 기분을 느끼고 계속 뛰게 되었다고 이야기한다. 또한 달리기하는 과정에서 복잡한 감정을 조금이라도 덜어낼 수 있었다고 한다. 달린다고 마음의 문제가 상쾌하게 해결되지 않는다. 다만 복잡한 고민에 대해 덤덤한 마음을 가지게 한다. 어차피 마주쳐야 할 일들에 대해서도 두려워하지 않고 당당히 맞설 수 있는 자신감을 느끼게 한다.


묘하게 달리기는 자신을 성찰하게 하는 힘이 있다.


“어떻게 나이 들길 바라는지 스스로 자주 묻는다. 그때마다 나의 답은 한결같다. 살아온 결과로서 누리고 있는 것들에 대해 겸손한 어른이길 바란다. 손에 쥐고 있는 것들이 오롯이 나의 능력 덕이라 생각하지 않았으면 한다. 그것들이 내게 오기까지 거쳐 온 시간과 과정, 누군가로부터 받은 도움을 잊지 않는 사람으로 늙고 싶다. 그렇게 과정을 잊지 않고 기억해온 시간이 나를 올바른 어른의 방향으로 이끌어 주리라 믿는다. -148p”


올해 많은 것을 이뤘지만 가을이 되니 아쉬움이 남는 것은 어쩔 수 없다. 저자의 말처럼 성과가 온전히 나의 능력 덕분이 아니라는 사실을 다시금 되새길 필요가 있다. 부족한 나와 함께한 사람들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가지며 2달 채 남지 않는 2022년을 살아야겠다.   


아무튼 빨리 부상에서 회복해서 달리고 싶다.

아무튼 달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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