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심병의 사랑 투쟁기 1화
제목 배경 사진은 예전에 엄마가 끓여준 바지락 칼국수이다. 글과는 아무 상관 없다 그냥 지금 내가 저게 먹고 싶다는 의지의 표현.
1.
먼저 밝히자면 당분간 '사랑'이니 '연애'니 하는 주제로 글이 많아질 예정이다.
먼저 쓴 근황글에서 밝혔듯 요즘 난 일련의 잉여짓들을 할 정신적 시간적 여유가 없어지는, 즉 재미없는 꼰대로 가고 있는 급행열차를 탄 시기이기에 감정놀음하는 글을 쓰는 것이 매우 귀찮은 상태이다. 더불어 요즘 나랑 제일 대화를 많이 하는 사람이 내가 웹상에 장문의 글을 쓰는 것을 보기 싫어해서 미움 받을까봐 움츠러들어있는 상태이기도 하고, 내가 몰랐던 사이 나를 미워하는 사람이 대단히 많아졌다는 것을 뒤늦게 깨닿고 자아를 까발리는 일이 부끄럽고 슬퍼지기도 했다.
그러나 작게는 몰래 생각해놓은 프로젝트의 실천을 위해, 크게는 정신 안티에이징의 실현을 위해 똥같은 글줄이지만 정기적으로 뱉어내고자한다...죽지않아. 얼마나 갈 진 또 알 수 없지만
2.
이 글의 제목은 요즘 내가 즐겨보는 드라마 <디어마이프렌즈>에서 박원숙 아줌마가 했던 대사(정확히는 그 대사와 대충 비슷한)이다. 무릎을 탁 쳤던 이유는 내가 정말 냅두지를 못하니까.
언젠가 친구에게 이런 말을 한적이 있다.
"아니 사람이 살아있는데 어떻게 생각을 하지 않을 수 있고, 생각을 계속 하는데 어떻게 가만히 있을 수 있냐"
나의 장점이 열정적이고 집중력이 좋은 것이라면, 나의 단점은 열정적이고 집중력이 좋아서 뭐든 '냅도'를 실천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내가 만약 어떤 것에 대해 대단히 쿨하고 도인같은 액션을 취한다면 난 그것에 사실 큰 애정과 관심이 없어서임을 고백한다. 난 대단히 집착적이다. 그리고 믿음 소망 사랑 중 제일로 집착하는 부분은 사랑이다.
3.
나름의 정신승리가 없는 것은 아니다.
31세의 인생 동안 적지 않고 그리 평범하지는 않은 연애를 해오며 지난 연애를 반성하고 거기서 얻은 깨달음을 적극 실천하는 삶을 살고 있고,
무엇보다 "될 놈은 되고 안 될 놈은 때려 죽여도 안 된다" 하나는 철저하게 머리에 담고 있기에 이상한 것에 애를 쓰지 않는다고.
사랑을 핑계삼아 정신적 육체적으로 사람을 괴롭히는 짓은 절대로 하지 않으며,
나는 아마 옛 남자친구들의 기억 속에서 베스트는 아니었을지 몰라도 대체로 '좋은여자'이지 않았을까...(허허)
머리는 다행히 돌대가리가 아니어서 어느 시점에서는 불필요한 생각을 멈추고 관계를 위해 '냅도'를 제법 실천한다..?
하지만 정말 우스운건 위에 행동과 동시에 나는 아래와 같은 행동들도 한다.
연인의 연락과 행동의 패턴을 머릿속에 형성해놓고, 그 패턴과 어긋나는 어떤 기운이 느껴지면온 우주를 향한 배샛별 안테나가 일시에 곤두선다.
연인이 과거에 천방지축 말썽부린 이야기들에 하하호호 해놓고는 그걸 잊지 않고 있다가 '나한테도 그러면 어떻게하지' 하고 정기적으로 불안해한다.
연인과의 사이에서 재앙(이라고 생각되는 것이) 닥치면 정말 온 힘을 다해 슬퍼하고 분노한다. 잠 안자고 밥 안 먹는 것은 기본이고 속에서 불행의 활화산이라도 타는지 하루 이틀 사이에 몸무게가 몇킬로씩 쭉쭉 빠져나가고 얼굴이 삽시간에 해골이 된다.
그야말로 파닥파닥!!!!!
4.
선과 악의 리스트를 만들어놓고 체크를 해서 내가 어느곳에 퍼센테이지가 높을지까지는 해보지 않았지만, 많이 양보해 반반이라고 해도 내게는 부정의 에너지가 너무나 많다.
1년에 1%정도씩은 확실히 없어지는 것 같은데 10대 후반에 연애 시작하고 지금까지 10여년 살았으니 고작 12,3%가 줄어든샘이다. 그리고 이대로라면 죽을 때가지 내게 부정의 에너지는 사라지지 않고 내 몸 구석구석을 차지하고 있을 것이며, 혹여 대단히 불행한 일이라도 터지면 줄기는커녕 부정의 에너지가 늘어날 지도 모른다.
역사를 어설프게 공부하고 내게 장착된 비겁 버프는 "인간은 완벽할 수 없어. 그저 하루 하루 조금 더 나아지기 위해 발버둥치는 것들이 모여 인생을 이룰 뿐이야" 이다. 생리 끝나고 호르몬이 매우 행복한 시기가 도래하면 이런 나라도 사랑해주자!!! 사람은 모두 연약해!!!! 나는 이정도로도 훌륭해!!!!라고 갑자기 모든 것을 수용하려들지만 나는 이미 알고있다 또 지랄병이 도질 것이란 것을.
5.
그러나 선택의 여지가 없다.
'냅도'가 최고의 도라는 것은 무엇으로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고, 난 생존을 위해서 억지로라도 그것을 실천해야한다. 실천리스트를 만들어보자.
1) 아무리 촉이 서도 명백한 물증을 잡아낼 수 없는 일은 과감히 잘라둔다
2) 미움받을까봐 무서워 돌리고 돌려 심문할바에야 시원하게 따박따박 묻고 그 대답 한번으로 더이상 묻지 않는다
3) 잘라두기로 결심했으면 끝까지 믿고, 우울하거나 뿔나있지 않고 호탕하게 웃으며 안아준다
4) 그러나 물증 없는 촉이라도 반복적으로 자꾸 서서 마음이 황폐해진다면(월 3회 이상) 관계 자체를 끝낸다. 그건 이미 끝난거다.
5) 죽을 것 같던 사랑도 매번 잊고 딴놈한테 홀랑 사랑에 빠지던게 나라는 걸 잊지말자. 난 로맨스의 주인공이 아니라 간사한 인간임을 인정하자
6.
매년 1%씩 사라지던 부정의 기운이 올해는 5%쯤 없어지길 기대하며
언젠가는 연애에 있어서도 '냅도'를 적극 실천해 '냅도er'가 되길 꿈꾸며,
고3때도, 내 앨범 준비할 때도, 성공적 재테크와 자산관리를 위해서도, 리스트는커녕 머릿속에 정리도 제대로 안해놓은 주제에 잘도 리스트 만들고 앉아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