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을 수 없이 가벼워 다행인 것 #4
-3편에서 이어집니다.
<참을 수 없이 가벼워 다행인 것>
4. 태양을 각오하며
현관문을 열고 집에 들어서자마자 바닥에 주저앉았다. 그런데 두 놈이 함께 낄낄대며 격투기 놀이를 하고 있지 않은가.
"이보시오 아드님들? 격투기 놀이 안 하기로 아까 약속했잖아. 이제 안 한다며?"
"아, 이건 격투기 놀이 아니야. 옵티머스 프라임 놀이야."
"옵티……뭐? 그게 격투기 놀이랑 뭐가 다른데?"
"격투기 놀이는 사람들이 하는 거고 옵티머스 프라임 놀이는 로봇끼리 하는 거야. 우리는 지금 사람이 아니고 로봇이거든."
아. 나는 무엇 때문에 분노하고 소리 지르고 실수하고 탈진했던가.
“얘야, 잠깐 이리와 앉아봐.”
“응, 왜?”
첫째가 땀이 송골송골한 채 웃으며 뛰어와 쿵 하고 내 앞에 앉는다.
“오늘 미사에서 성체를 모시더라. 너 동생이랑 싸웠잖아. 미사에 늦어서 고해성사도 못 보고. 죄를 지으면 성체를 모시지 못하는 거야.”
너무나 해맑은 답이 돌아왔다.
"아, 정말? 몰랐어."
"몰랐어? 몰랐다고? 너 5학년이야. 3학년 때 첫영성체 받고 2년이나 지났어. 그런데 몰랐다고?"
"어……. "
현기증이 났다. 그나마 구석에 남아있던 부글부글한 감정도 깡그리 피수슈슉 빠져나갔다. 어미 마음도 모른 채 아들들은 다시 격투기 놀이, 아니 옵티머스 프라임 놀이를 시작했다.
“변신! 피융~ 핏슈슝~ 으악!”
“움 치키~ 으악~ 불꽃!! 치치직 으악!!”
저녁을 하기 위해 쌀을 씻는데 지는 해의 온기가 드리웠다. 그래. 너희는 금방 회복되었구나. 참을 수 없는 가벼움이란 이런 것이었어. 그래도 어찌하겠어. 참을 수 없이 가벼워서 정말 다행인 것이지. 하늘에 붉은빛으로 그림을 그린 이는 분명 여러 번 서서히 도화지를 물들였을 것이다. 붓질마다 인내와 사랑의 손길로.
심호흡하며 태양을 들이켰다. 지구에 하염없이 따뜻한 빛과 온기를 주는 태양. 옵티머스 프라임과 메가트론이 싸우다 다시 울고 물건을 집어 던져도, 온화하게 감쌀 수 있는 태양을 각오하며 밥을 지었다.
눈을 감으니, 태양이 더욱 또렷했다. 밥 익는 냄새가 고소했다.
-참을 수 없이 가벼워 다행인 것,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