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영장에서 아들이 친구들과 수영을 마치고 나온다. 세 녀석 모두 비에 젖은 강아지처럼 머리카락이 젖어있는 것을 보니 대강 말리고 뛰쳐나온 것이 분명하다. 감기 걸린다고 잔소리하는 내 말에는 아랑곳도 하지 않고 열 살 개구쟁이 셋은 생뚱맞은 말을 시작했다.
"있잖아, 1 더하기 1은 1이래."
"어 맞아. 1 더하기 1은 1이야. 물방울 하나에 물방울 하나를 더하면 물방울 하나야."
"풍선 하나가 있는데 그 안에 풍선을 넣어. 그러면 풍선 하나야."
"가게 하나랑 가게 하나가 있었는데 벽을 허물어 합쳐. 그러면 가게 하나가 되니까 1이야."
"도장 하나를 찍었어. 근데 그 위에 똑같이 도장을 한 번 더 찍어. 그럼, 도장이 하나지?"
애들은 수영장에서 차로 걸어가는 길에 계속 1 더하기 1이 1인 예를 들어가며 이야기를 이어갔다. 요놈들 봐라. 엄청 귀엽네. 나는 애들을 차에 태운 후 시동을 걸며 슬쩍 질문을 던졌다.
"음, 그러면 1 더하기 1이 2보다 많은 경우도 있나?"
잠시 정적이 흘렀다. 머리 굴러가는 소리가 들린다. 제일 먼저 손을 번쩍 들며 루루가 말했다.
"나무, 나무! 나무 두 개가 있는데 거기서 씨앗이 떨어져서 새로운 나무가 여러 개 자라요."
나머지 아이들은 눈과 입을 동그랗게 모으고 환호성을 쳤다.
"오~ 그러네! 루루 좀 멋진데!"
곧바로 현이도 궁둥이를 들썩이며 말했다
"버섯! 버섯이 요기 있고 버섯이 요기 있잖아? 바람에 날려서 여기저기 막 날아가. 그면 버섯이 또 생겨. 또 날아가! 버섯이 무한으로 생기잖아."
나머지는 눈과 입이 더 커지며 아까보다도 더 큰 환호성을 쳤다.
"오오~~ 무한~!"
다다도 말했다.
"애들 두 명이 있어. 각자 노는 것보다 둘이 만나서 놀면 더 오래 놀 수 있어."
그 말에 나머지 애들은 우하하하 웃다가 그런 것도 되느냐고 물었다. 나는 당연히 된다고 했다. 이들의 대화가 너무 재미있어서 또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그러면, 1 더하기 1이 0인 때도 있나?”
그러자 루루가 바로 말했다.
"달걀 하나랑 달걀 하나를 세게 부딪쳐요. 그면 깨져 없어지잖아요?"
그 말에 다다가 반론을 제기했다.
"깨져서 바닥에 떨어지잖아. 그럼 합쳐져서 1이야."
현이가 말했다.
"이건 맞나? 풍선이랑 풍선을 세게 부딪쳐."
그러자 다다가 얼른 대답했다.
"그건 맞지. 풍선 안에 풍선을 넣으면 1이잖아? 그걸 터트리면 0이지."
그러자 현이가 께름칙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런데 쪼가리가 남잖아. 쪼가리가 많은데……. 0이 맞나?"
루루도 좀 망설이며 얘기했다.
"이건 좀 그런데, 괜찮은지 들어봐. 사람 둘이 있어. 둘이 퍽 부딪쳐서 둘 다 죽어. 그럼 0이 돼."
그러자 나머지는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며 소리를 질렀다.
"으악! 야~ 그건 진짜 좀 그렇다."
그러더니 현이가 틈을 주지 않고 바로 말했다.
"전기 하나하고 전기 하나가 만나! 그럼 빠바바박 하잖아? 그럼, 모두 죽어! 다 없어져!"
"으악!!"
우리는 모두 깔깔 웃었다. 현이가 또 생각이 났는지 말했다.
"바다에 돌을 던져. 그건 뭐지? "
다다는 돌이 없어진다고 했다. 그러자 현이가 답했다.
"돌이 없어지진 않지. 그건 없어지는 게 아니야. 안 보이는 거지. "
이상하게도 잠시 정적이 흘렀다. 룸미러로 흘깃 바라보니 셋은 시선을 다른 데로 둔 채 눈을 끔벅이고 있었다. 나는 그 고요의 순간을 건드리지 않았다. 그들은 각자 사유의 방에서 성장의 시간을 보낼 테니까.
모퉁이를 돌면 이제 다다가 내릴 차례다. 미리 작별 인사를 하며 말했다.
"너희들 정말 생각이 남다르다. 철학자가 되어도 좋겠어."
"저는 축구선수 될 건데요."
"철학 하는 축구선수가 되면 되지."
"웩. 철학 하면서 축구하면 머리가 터질 것 같은데요. 펑!"
눈을 뒤집으며 웃긴 표정으로 펑 머리를 터뜨린 다다 덕분에 다들 한바탕 웃었다. 축구하는 철학자, 철학 하는 축구선수 얘기를 하다가 다다가 제일 먼저 내리고, 그다음 루루가 내리고 우리는 집에 왔다.
수학으로 세상을 보는 법을 알고 있구나. 너희의 눈으로 세상을 보니 참으로 재밌었어.
1 더하기 1이 무엇인지 제대로 배웠다. 수학자 드모르간의 말이 생각났다.
“수학적 발견의 원동력은 논리적 추론이 아니고 상상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