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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이슈 - 동정이 아니라 자립의 표현

[동정이 아니라 자립의 표현] - 누가 누구를 동정한단 말인가?

우울한 날씨, 우울한 기분의 오후 거리를 걷는데 가판대에서 잡지를 파는 모습이 보인다. 빅이슈BIG ISSUE. 가끔 지하철 역에서 잡지를 판매하는 걸 보기에 그냥 지나치려고 했는데 눈에 띄는 모습이 보였다. 추운 날씨에 아저씨가 초콜릿을 주름진 손으로 손으로 부들부들 떨며 까고 계시는 것이었다. 그모습에 나도 모르게 발길이 멈춰 잡지 한권을 집어든다. 


"오....오천원입니..다"


입이 얼었는지 말을 더듬던 아저씨는 두꺼운 잠바에 파묻던 얼굴을 조심스럽게 들어 그 중 가장 깔끔한 잡지를 건넨다. 오후 1시부터 저녁 늦은 8시까지 판매한다는 그 분은 밤에는 기타를 치신다고 한다. 그렇게 일하신지 4년이 넘으셨단다. 


"그렇게 고마워 하실거 없어요"


그렇게 고마워 하는 그에게 말했다. 왜냐하면 나는 판매하시는 분이 존경스러웠기 때문이다. 나라면 절대로 이 추위에 몇시간 가까이 서서 판매 못한다. 


"빅이슈 잡지는 어렵고 힘든 사람들이 잡지를 팔아 수익을 내도록 지원하는걸 알고 있어요. 그들은 자립을 위해 이렇게 노력하는거죠. 하지만 거리에서 어렵게 파는 사람들이라고 제 주위엔 동정하더라고요. 이 책은 동정을 파게 아녜요. 자립을 파는거라구요. 누가 누굴 동정하겠어요."


이렇게 말하자 그는 말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수줍게 말씀하셨다


"그래도 안 좋게 보는건 사실이죠. 모두가 힘들잖아요. 그래도 팔아주셔서 정말 감사드려요"


"누군가에겐 커피 한잔 값일 뿐이에요. 그리고 저는 선생님을 도와드리려는게 아니라 좋은 책을 산거라고요. 그러니 당당해지세요"


전부터 그런 말이 하고 싶었다. 얼마나 열심히 사시는 분들인데.. 판매 아저씨의 어깨 처짐에 그런 말이 튀어나왔다. 내심 미안해졌다. 


"제가 괜한 소릴 했네요. 죄송해요. 오늘 우울한 일이 좀 있어서.."


"선생님 괜찮아요. 책 구입 감사합니다. 힘내시라고 기도해 드릴게요."

책뒤에 종이 한 장이 껴 있다. 손으로 또박또박 쓴 감사의 편지. 글에 또 울컥했지만 참으며 그곳을 빠져 나왔다. 그렇게 헤어졌다. 


바람이 몹시분다. 


오늘도 그렇게 하루가 지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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