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향기
"여기 오는 내내 어디서 향기가 나는가 하고 생각했는데, 아마 여러분들에게서 나오는 향기 같습니다. 어디서도 맡을 수 없는 향기는 아마도 봉사를 하시는 여러분들의 몸에서 아름답게 베어 나오는게 아닌가 싶습니다."
첫번째 마술이 끝난 뒤, 마이크를 잡고 멘트를 시작했습니다. 자원봉사자 들을 격려 하기 위해 진행된 행사에 제가 초청이 되었거든요. 전날, 담당자는 당부를 잊지 않았습니다.
"이 분들이 일년 내내 고생 많이 하셨어요. 자원봉사를 한다는게 결코 쉽지 않은 일인데 몸 바쳐서 하신 거거든요. 마술을 하시면서 격려의 말씀도 해주시면 좋겠어요"
200여명의 나이가 있으신 여자분들은 마술이라는 사실에 기대반 궁금 반으로 저에게 집중을 해 주셨습니다. 저는 '조관우의 꽃 밭에서' 라는 노래를 배경으로 마술을 시작했습니다. 음악이 나오자 많은 분들이 노래를 따라 부르시기 시작했습니다. 빈 상자를 보여주고 뚜껑을 덮었다가 다시 열었더니 꽃이 나오게 했습니다. 이 꽃은 어제 공연을 고민하면서 구입해 두었던 꽃이었습니다.
꽃을 만들어 관객 분에게 하나씩 전달해 드렸습니다. 여기 계신 분들은 꽃보다 아름다운 분이라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게 공연을 하고 나니, 좋았다고 재미있었다고 해주시는 분들이 계셔서 저도 기분이 좋았습니다.
공연이 끝난 뒤 화장실에서 도구를 씻고 있는데, 어떤 노인이 들어왔습니다. 떡진 머리와 거멓게 탄 때가 옷에 있었습니다. 그에게서는 노숙자 특유의 악취가 났습니다. 그는 미안한지 화장실에서 볼일을 본 후 사라졌습니다.
이곳에서 향수와 악취의 두 가지를 겪고 나니 제 머릿속은 혼란스러워졌습니다. 무엇이 악취와 향기를 만들었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