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한 바나나 이야기]
바나나를 자리에 둔 지 며칠 됩니다. 연휴에 자리를 비웠더니 노란 바나나가 갈색으로 변하려고 하네요. 아깝다는 생각이 들어 바나나를 먹습니다. 시큼한 맛이 바나나같지 않지만 그래도 꾸역꾸역 위 안으로 밀어 넣습니다.
10분쯤 지났을까. 머리가 아프고 속이 니글거리기 시작합니다. 아차 싶습니다. 미련한 선택이 결국 일을 만들고 만 것 같네요. 저녁에는 공연도 해야 하는데 컨디션에 문제가 생기면 어쩌지 하고 전전 긍긍합니다. 어떻게 할까 고민을 하는 사이 속이 매쓰껍고 머리는 더 아파옵니다.
곧장 화장실로 뛰어갑니다. 아무래도 견디기는 무리인것 같습니다. 변기통을 부여잡고 간밤에 과음을 한 사람처럼 속에 있는 것들을 게워냅니다. 하지만 이미 소화가 다 되었는지 나오는게 별로 없네요.
며칠전 유튜브 영상에서 '살인자의 인터뷰'라는 것을 보았습니다. 5개의 살인 사건을 보여주고 목격자들의 인터뷰를 통해 범인을 잡는 내용인데요. 저로서는 상당히 충격적이었습니다. 살인사건이 난 후 용의자들을 인터뷰 하는데 그들은 하나같이 주변인으로서 최선을 다하는 모양새였습니다. 범인이 꼭 잡혔으면 좋겠다며 하나같이 말하는 그들에게서 안타까움이 묻어났죠. 인터뷰당시에는 피해자가 발견되지 않았었는데 피해자가 발견된 후 범인이 잡히게 됩니다. 놀랍게도 인터뷰를 하던 주변인 이었죠.
사실, 충격인 이유가, 범행을 저질러 놓은 이들이 태연하게 인터뷰를 하며 자신은 상관없는 이웃으로 포장하는데 있었습니다. 그들은 모두 거짓 연기를 하는 중이었습니다. 범인이 아니라며 범인이 꼭 잡혔으면 좋겠다고 마무리 짓는 내용을 보며 소름이 끼쳤습니다.
마지막 장면은 범인이 잡히지 않은 시골 마을에서 무고를 주장하는 용의자가 자신은 아무런 관련이 없다고 인터뷰를 하다가 화장실에 들어가서 혼잣말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는 장면이 녹음된 것이었습니다. 내내 자신이 잘못없다며 뒤돌아 혼자가 되어 악마의 본성을 드러내는 꼴이라니!
사람은 겉으로는 절대 판단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상한 바나나처럼 겉은 노란데 속은 거멓게 탄 이들이 얼마나 많은 세상인가요? 그 검은 속을 누가 알런지 무섭다는 생각마져 듭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