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일상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기차 승무원과의 일문 일답


기차를 타고 부산으로 내려 가는 길. 공연을 위해 내려가는 길이지만 여행이라면 여행이라고 할 수 있을것 같다. 여유가 있으면 바닷바람도 쐬고 기분 전환도 할텐데 그러지 못하고 바로 올라와야 하는건 참으로 아쉬울 따름이다.


오랫만에 기차를 타고 내려가니 기분이 묘했다. 매일 보는 장소를 벗어나 새로운 장소에 간다는 건 가슴이 뛰게 만드는 무언가가 있는게 분명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기차의 승무원과 잠시 이야기를 나눌 기회가 생겼다. 


"블로그에 글을 매일 쓰고 있거든요. 요즘은 별로 쓸게 없어서^^;; 혹시 간단한 에피소드 같은거 있으면 정리해서 올려볼까 하는데 도와주시겠어요?"


다행히 기차안에서 여러번 눈이 마주쳐 어색함이 별로 없어진 다음이라 어렵사리 부탁을 드릴 수 있게 되었다. 바쁜 와중이지만 다행히도 긍정적인 답변이 나왔다.


"에피소드라... 매일 매일이 에피소드지만 기억에 남는게 별로 없네요. 왜냐하면 업무가 끝나서 기차를 나설때면 잊어 버리니까.."


최선의 서비스를 위해 노력하는 그들이지만 결코 쉬운 일은 아닌 승무원이라는 직업. 안전을 위해 매일매일을 신경써야 하는 그들의 고단함이 느껴졌다.


"가끔 기차를 잘못타거나 내려야 할 곳을 지나치는 분들이 계셔요. 그 중에 기억에 남는 사람은 군인이에요. 군인이 복귀 시간을 놓치게 생긴거에요. 벌벌 떨던 그의 모습이 생생하게 느껴지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 하셨나요?"


"부대에 전화를 직접 해서 다행히 잘 넘어갔던것 같아요. 아무래도 군인은 복귀 시간을 어기면 탈영으로 문제가 발생하니까 그런가봐요. 그분은 계급이 높은 편은 아니라서 더 긴장하셨던것 같아요"


"아. 다행이네요. 저도 오래전에 졸다가 기차역을 지나칠 뻔한 기억이 새록새록 나네요. 옛날에는 무임 승차를 하는 경우도 있었잖아요? 요즘은 그런 사람은 별로 없죠?"


"네 요즘은 스마트폰으로 티켓 발권을 쉽게 해주고, 철도 경찰관들이 상시 대기 하기 때문에 그런 일은 별로 없죠."


"무임 승차를 하면 알아보세요? 어떠세요?"


나는 호기심에 물었다.


"저도 처음 일 할때는 몰랐는데, 시간이 지나니까 무임 승차한 사람을 척 보면 알겠더라구요. 이상하게 문제가 있는 사람들은 티가 나거든요.. 제 기억에 남는 사람은.."


승무원은 잠시 생각에 잠기더니 말을 이어갔다.


"젊은 승객이었는데 낌새가 조금 이상하더라구요. 그래서 티켓을 보여달라고 하니 잠시 머뭇거리며 스마트폰을 보여주더라구요. 스마트폰으로 티켓을 확인 하면 하단에 글자가 움직이게 되어 있어서 복사 방지등을 하고 있어요. 그런데.."


"무슨 일이 있었나요?"


"스마트폰으로 어플을 열어서 티켓을 보여주는 장면 까지 그대로 녹화를 떠서 보여준 분이 더라구요. 티켓이 아니라 녹화본 이었던 거죠."


"아니 그걸 어떻게 아셨어요?"


"스마트폰을 제가 손으로 터치를 했더니 동영상이더라구요"


"그래서 어떻게 되었나요?"


"바로 철도 경찰에 인계 되었구요. 알고 보니 그런 식으로 피해가서 나중에 벌금이 상당히 나온 것으로 알고 있어요"


"아 기술의 발달로 오히려 눈속임을 하는 사람이었군요"


"이런 말씀 드리긴 그렇지만, 여러가지 상황으로 저희가 파악을 하고 있어서 다 체크가 된답니다.


"아 고생이 참 많으세요"


"저희가 할 일 인걸요"


"승객의 안전을 책임지지는 일은 고되지만 무척 보람이 있는 일이에요. 승객들이 감사하다고 한마디 해 주실때 이 일을 잘했다는 생각이 들어요"



승무원의 말을 들으니 이 일에 얼마나 많은 책임감을 가지고 임하는지 알 것 같았다.


잠시 이야기를 나눈 뒤 승무원은 기차의 끝을 다시 한번 왔다갔다 하며 승객들 체크하는 모습이었다.


오늘도 고객을 위해 애쓰는 기차 승무원님들 감사합니다.







매거진의 이전글 알아들었어!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