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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9년의 마지막 날, 홍대에서

2019년의 마지막 밤, 나는 홍대의 밤거리를 거닐고 있었습니다.


홍대에는 많은 이들의 표정이 보입니다. 젊음의 거리라는 표현에 걸맞게 많은 젊은 표정의 사람들이 2019년의 마지막을 보내고 있었습니다.


저는 홍대의 뒷골목으로 갔습니다. 그곳에는 제가 어릴적 친구와 자주 갔던 곱창집이 있었기 때문이죠. 전부터 곱창이 먹고 싶기는 했습니다. 곱창이 먹고 싶었던 건지 친구와의 기억을 떠올리고 싶었던 것인지 모르겠지만요.


곱창집의 앞에 서서는 걸음을 멈춘채. 안을 들여다 보았습니다. 모두들 삼삼오오 모여 있었지만, 저는 혼자였기 때문이죠. 입구에서 들어갈까 말까를 서성이는 저였습니다. 혼자서 먹는데는 아무래도 용기가 필요한 모양인것 같습니다.


문을 열고 들어가서는 말했습니다.


"포.. 포장 되죠?"


도저히 혼자서 먹을 자신이 없었습니다. 모두들 연인들이고 친구들인데 시커먼 남자 혼자 자리를 차지하고 앉아 있으면 아무래도 차가운 시선을 느낄것 같았기 때문입니다. '쟤는 뭣하러 혼자 자리를 잡고 곱창을 먹는데?'

주변의 시선이 그렇게 느껴지더군요.


"네 2인분 부터 포장이 됩니다."

"포장해 주세요"


주인이 곱창을 구우러 들어가려는 찰나, 저도 모르게 한마디가 튀어 나왔습니다.


'혼자 먹기 좀 그래서요...'


들릴듯 말듯한 혼잣말을 듣고 사장님은 제게 환한 미소를 지으며 말했습니다.


"아! 그러세요? 여기 자리에 앉으세요. 뭘 그리 고민하십니까. 들고 가기도 좀 그럴텐데요"


"네?!? 그.. 그럴까요?"


사장님은 자리를 가리키며 앉으라고 하십니다. 그 말에 용기를 얻었는지 그만 저도 자리에 앉고 맙니다. 아무래도 누군가의 위로의 한마디가 필요했던 모양입니다. 용기가 되는 한마디는 행동에 옮길 수 있는 믿거름이 되니까요.


"혼자서도 많이들 드세요. 걱정 마시고!!"


사장님의 위안에 한시름 놓였습니다. 어쩌면 사장님의 계략(?)에 속은 것인지도 모르지만, 이정도의 기분좋음이라면 속아줘도 충분하다고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윽고 자리에 반찬이 나오고, 10분도 안되어 미리 구워진 곱창이 나왔습니다. 부들부들한 곱창과 순대를 섞은 2인분은 매콤하면서도 달달한 맛이었습니다. 


혼자서 다 먹고 계산대 앞에 섰을 때, 사장님은 제게 말씀하셨습니다.


"뭘 그리 걱정하시는지. 괜찮으니 혼자 와서 마음껏 드세요"


사장님의 한마디에 더욱더 힘을 얻는 순간이었습니다.





해보면 별일 아닌 것을. 타인의 시선을 신경쓰는건 삶을 적극적으로 대하는 자세가 아닌 거죠. 남들이 뭐라고 하던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일이라면 과감하게 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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