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시국에 1,000원짜리 도시락이라니'
지인 분께 안암역에 가면 순댓국 집에서 1,000원짜리 도시락을 판다는 이야기를 들었습니다. 순댓국집에서 도시락을 파는 것도 신기했지만, 1,000원이라는 말에 귀가 솔깃해졌습니다. 그렇게 하면 뭐가 남을까 궁금해 졌습니다. 학교가 근처이니 자취생들에게는 알게 모르게 입소문이 난 곳이라고 합니다. 집에서는 깨나 먼 거리이지만 한번쯤은 가보아야 겠다고 마음을 먹고 있었습니다.
며칠 후, 점심시간이 지나갈 무렵, 안암역으로 향했습니다. 마침 따뜻한 순대 국밥도 먹고 싶었거든요. 주소만 듣고 생전 처음 가는 곳이라 엄청 해맸습니다. 주소어플에 의지를 해서 겨우 찾아갔습니다. 때마침 하얗게 내리는 눈은 뜨끈한 흰쌀밥을 연상시키고 있었습니다.
코로나로 인해 상당수의 식당이 영업이 잘 되지않고 있습니다. 자취를 하는 이들에게는 저렴하면서도 한끼의 식사는 더욱 해결하기 어려운 시기가 되었죠. 하지만 여전히 천원짜리 도시락을 파는곳이 있다는 사실은 놀랍기만 했습니다.
순댓국집을 들어가자 마자 눈에 띄는 것이 있었습니다. 바로 키오스크입니다. 직접 대면으로 주문하는 것이 아니라 기기로 주문하면 나오는 것이었습니다. 메뉴를 보니 순댓국과 1,000원짜리 도시락이 눈에 띕니다. 두개를 동시에 주문을 하는데 어떤 아저씨가 제게 말을 겁니다.
"여기서 드실거에요? 그러면 도시락은 주문하지 마세요!!"
이미 주문이 끝난 터라, 저는 조금 당황스러웠습니다.
갑자기 남자분은 천원짜리를 거슬러 주시며, 말씀을 하십니다.
"필요하신 분들은 천원에 구입하시면 되고 홀에서 드실거면 그냥 드리거든요"
이제보니 순댓국집의 주인 아저씨였습니다. 장사를 오래하신듯한 약간은 험상 궂은(?) 얼굴에 약간은 퉁명스러운 말투였지만 그 안에는 알수 없는 따뜻함이 느껴졌습니다. 자리에 앉아 가게를 둘러보았습니다. 점심시간이 지나서 인지 홀 안은 한산했습니다.
"아끼면 망한다"
눈에 띄는 커다란 글씨와 함께 가득 놓여져 있는 도시락들이 보였습니다. 저 수 많은 도시락들이 오늘의 주인을 기다리고 있는 모양입니다. 곧 제 앞에 도시락에 놓여집니다. 소세지 두개와 밥 그리고 장조림입니다. 얼핏 보기에도 천원은 넘어 보입니다.
"도시락은 매일매일이 반찬이 달라져요. 햇반 보다는 더 영양가가 있을 걸요?"
"도시락을 천원에 팔면 뭐가 남으세요?"
"도시락으로 남길 생각은 없구요. 순댓국집이니까. 순댓국 많이 드시면 되죠"
사장님이 멀찍이 떨어져 앉아서는 말씀을 하십니다. 그의 말투안에는 자부심이 느껴집니다. 나눔의 기쁨을 알고 계시는 그런 느낌 말입니다. 조금후 순댓국이 등장합니다. 숫댓국은 국물이 아주 진합니다. 신기하게 고기들이 마치 계란을 풀어 넣은 것처럼 아주 아주 부드럽습니다.
"별관에서 600인 분 솥으로 제가 직접 순댓국을 끓이거든요"
이제보니 살짝 츤데레 느낌의 이 사장님은 순댓국에 대한 자부심이 가득하십니다. 아끼지 않음으로서 더 많은 것을 얻는다는 그만의 철학을 느낄 수 있는것 같았습니다.
나중에 들어보니 평일 아침에 천원짜리 백반을 제공하다가 코로나로 도시락으로 바뀌었다고 합니다.
"사장님 여기 포스팅 해도 될까요?"
"그냥 있는 그대로만 써주세요"
천원짜리 도시락의 비밀은 어쩌면, 아끼지 않음으로써 더 많은 것을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아니었을까요? 아낌없이 주는 나무가 떠오르는 곳이었습니다. 사장님 오랫동안 건강하셨으면 좋겠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