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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계역 성실 버거의 비밀

"성실 버거 주세요"


비가 조금씩 내리던 날, 석계역으로 향했다. 아는 분이 보여준 영상 때문이었다. 보기에도 먹음직한 토스트에 야채와 고기와 소세지가 듬뿍 들어가는 영상이었다. 잘 구워진 토스트는 한끼 식사로도 제격이다. 노릇노릇 구워진 식빵에 계란 오믈렛과 마요네즈 갖은 야채와 햄 소세지 등을 넣으면 최고의 음식이 된다. 이상하게도 집에서 만들면 길에서 먹는 것과는 맛이 다르다. 왜그럴까? 참으로 이상하다. 


가격도 저렴하다는 말에 일을 마치자 마자 빠른 걸음으로 석계역으로 향했다. 석계역은 평소 다니던 곳과는 동떨어져 있어 일부러 찾아가야 했지만 불편하지는 않았다.







석계역 입구는 이른 시간이라 사람은 별로 없었다. 역 앞에 옹기종기 모여있는 포장 마차들이 아직, 문을 열지 않은 채였다. 뒷골목 포장 마차들의 분위기는 비가 추적추적내려서 인지 더욱 정적이게만 느껴졌다.







5번 출구 바로 앞 딱 눈에 띄는 포장 마차가 있었다. 꽉 찬 다양한 재료들 때문에 대왕 토스트가 유명하다는 곳이다. 붉은색의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혼자 계시던 아주머니가 반갑게 맞이해 주신다. 






2,000 ~ 5,000원까지 다양한 버거와 토스트들의 메뉴가 눈에 들어왔다.






"여기는 뭐가 맛이 있어요?"


나는 침을 삼키며 아주머니에게 물었다.







"군발이 버거랑 경찰 버거 등 옆에 있는 메뉴가 인기가 많아요."



이름에서 알수 없는 배려가 느껴졌다. 마치 고생하는 군인과 경찰을 위해 재료를 듬뿍 넣었을것 같은 이름들이다. 둘러 보니 눈에 들어오는 메뉴가 있었다. 이름이 '성실 버거'라고 써 있다. 대왕 토스트를 먹으러 왔지만 눈에 들어오는 건 성실 버거였다.


'재료들이 성실하게 들어가서 일까? 근데 가격도 착하네?'


이곳은 대왕 토스트로 유명한 곳이지만, 이상하게 끌리는 가장 저렴한 '성실 버거'를 주문해 본다. 가격이 2,000원이라서 그런것 같다. 가격도 가격이지만 들어서는 성실하게 재료를 채워 줄 것 같아서다. 이름은 참 잘지었다. 만드시는 동안 심심하니 말을 붙여 본다.



"1호점은 동생이 하고 2호점은 제가 해요."


지금 토스트를 만드는 5번 출구 앞에 계시는 분이 언니라고 한다. 먼저 시작했지만 1호점을 동생에게 넘겨주었다고. 그 이유는 지금의 메뉴가 유명해 지게 된 것은 동생 덕이라서 라고 했다. 안팔리던 토스트에 이것저것 재료를 넣고 아이디어를 내서 지금의 버거를 만들게 되었다고 한다. 남들보다 새로운 것을 만들고 받아들이는 능력이 탁월하단다.


"다양한 메뉴로 차별화를 두려고 이곳저곳에서 많이 먹기도 했어요. 다른 곳에서는 베이컨이 들어가는데 차별화를 두기 위해 삼겹살을 넣었는데 그게 히트를 친 것 같아요."


사장님은 탁월한 솜씨로 마가린을 팬에 굽고 빵을 노릇노릇하게 익힌 빵위에 소세지와 야채를 넣는다. 밥통 같은 곳에서 꺼내는 특제 소스가 눈에 띈다. 일단, 입안 가득 퍼지는 달콤함과 야채가 기분좋게 한다. 소세지와 계란등 아끼지 않는 재료다.


"재료 가득 주시고 뭐가 남으세요?"



"남기는 남아요. 재료를 직접 발품을 파니까. 전부 직접 하니까 나가는 돈이 적게 들죠. 그래서 저렴하게 내 놓을 수 있어요. 처음엔 장사가 안 되었죠. 여긴 학생이 많으니까. 학생들 저렴하게 먹으라고 팔기 시작했는데 그게 입소문이 난거에요. 지금도 학생들을 위해서 저렴하게 판매를 하고 있어요. 어떻게 알았는지 유튜버하는 아가씨가 와서 토스트를 먹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래서 그러라고 했죠. 그 뒤에 유튜버들이 오기 시작한거에요."


"그런데 재료가 성실하게 들어가서 성실 버거인가봐요?"


"성실 버거는 제 동생 이름이 '성실'이라서 버거에 본인 이름을 붙여 넣은 거에요."


내 질문에 아주머니가 웃으며 말하신다. 한 곳에서 자리를 꾸준히 지켜오며 배고픈 이들의 배를 저렴하게 채워줄 성실함이 없었다면 재료를 아끼지 않는 성실함이 없었다면 지금의 성실 버거도 없었을지 모르겠다. 성실 버거는 그야말로 이름 이상의 그 무언가가 있는것 같았다.



음.. 성실 버거 한개만 먹어도 배부르다. 대왕 토스트는 저녁에 먹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주머니 앞으로도 근처의 학생들의 배고픔을 저렴하고 맛있게 채워주세요.


포장해간 대왕 토스트가 묵직해서 기분이 좋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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