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서 더욱 많은 것을 해보기로.
월초에는 아니 벌써 1분기가 끝났다고? 였는데 진짜 벌써 4월도 끝나갑니다. 이게 무슨 시간의 장난인가 싶을 정도로 정신 차려보면 훅 지나가있는 시간에 또 당황합니다. 이러다 올 한 해는 당황하고 으엑 하다 지나가는 것이 아닌가. 걱정이 됩니다. 올해 목표로 하는 일들이 모두 결과물이 쌓여있어야 다음 또 다음으로 넘어갈 수 있는 것이다 보니, 연초에는 이렇게 가겠거니 예상은 했었거든요.
조금 마음이 싱숭생숭하던 차에 재택으로 할 수 있는 일을 하나 찾게 되었습니다. 바로 어느 학원에서 사용할 수학 교재의 컷편집과 그래프를 그리는 일이었어요.
학원에서 과학 강사로 근무하는 3년 동안 실험 추가자료, 특강교재와 시험대비교재 등등을 직접 제작해서 써왔어요. 업무에 필수로 포함된 항목이 아니었고 제 욕심에 자체제작 교재를 사용했어요. 말 그대로 제 욕심이라 그랬던 것인지 문제를 만들고 교재편집을 하는 것은 추가로 급여에 포함되는 일이 아니었고, 스스로 보며 만족해 왔었습니다. 어느 순간 학원일이 부담되고 너무 많다고 생각되었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자체제작교재를 만드는 일이었습니다. 퇴근하면 작업실에 앉아 그림을 그리는 일상을 꿈꿔왔지만 결국 저는 주기적으로 찾아오는 특정기간 (방학, 시험대비, 특강)마다 출근 전, 퇴근 후 모두 작업실에서 주말도 반납해 가며 교재를 만들었거든요. 그러다 보니 당연히 지칠 수밖에요. 내가 이거 돈을 받는 것도 아닌데 이렇게까지 스트레스받아가며 할 일인가 싶어서 퇴사하고 제일 아쉬웠던 게 교재를 만들며 버렸던 시간들이라고 생각했단 말이지요. 헛짓이라고 생각했어요.
그런데 이번 일을 찾고 나서 그 생각이 잘못됨을 알았습니다. 제가 혼자서 부딪힌 3년이라는 시간이 헛짓이 아니었다는 것을요. 한글문서로 교재를 제작하는 데에 필요한 대부분의 스킬을 알고 있었기 때문에 수학교재와 친해지기만 하면 속도는 금방 붙을 것이라 생각했고, 그래프를 만드는 것에 있어서는 그림을 그리며 알게 된 일러스트레이터를 활용하여 만들어보면 되겠다 싶었습니다. 그리고 샘플을 담당자님께 전송을 했는데, 제가 여태 받은 그 어떤 교재 제작 피드백중에서 최고의 피드백을 받은 거예요. 연구실 모두가 너무 만족해한다. 컷 편집하는데 타고나신 것 같다. 수정할 게 없다. 솔직히 그냥 듣기 좋으라고 한 이야기일 수 있는데 저는 그 듣기 좋으라고 하는 이야기가 꼭 필요하구나 이번에 느꼈습니다. 여태 한 번도 내 교재를 만들면서도 들어본 적 없는 이야기이고, 내 교재보다 훨씬 적은 힘으로 슥삭 하고 만 건데 이렇게까지 이야기를 해주는구나. 하면서요. 게다가 이것'만' 했는데도 돈을 받을 수 있다는 게 저한테는 너무 큰 힘이 되었습니다.
그래서 더 재밌어요. 새로운 일을 하는 게 너무나도.
많지는 않지만 돈도 조금씩 벌고, 칭찬도 받고, 내 능력을 써먹을 수도 있고.
얼마나 오래 하게 될지는 모르겠지만 용돈벌이 삼아해 볼 수 있어서 또 즐거운 경험을 하고 있습니다.
아무튼. 세상에 헛짓은 없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그래서 더욱 기회가 주어지면 그 순간에서 최대한 할 수 있는 일들을 찾아보고 해내보기로 했어요. 많은 것을 해보고 부딪혀보고 좌절도 해보면서 또 어느 때에 써먹을 수 있는 것들을 하나하나 쌓아보기로요.
이번주도 조금은 들뜬상태로 기록을 마무리해 봅니다.
그럼 우리 다음 주에도 또 만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