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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뱅울 Oct 07. 2024

뱅울이? 바쁘잖아.

바쁜건 아니고 그냥 할게 많은 나의 24시간 쪼개보기!

브런치를 처음부터 봐오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제가 올해 초, 혼자서 길을 찾아보겠노라 마음을 잔뜩 먹고 출발했잖아요? 그래서인지 이것저것 하고 싶은 것 해야 하는 것들을 왕창 늘려가지고선 일주일이 딱 두 배 되었으면 좋겠다 같은 마음으로 하루하루를 살아내고 있는 중이거든요. 연말이 될수록 경험과 스킬이 쌓이면서 욕심은 점점 커져만 갔죠. 좀 더, 이것도 한 번 해볼까 하는 것들로 둘러싸여 매일이 꽉 찬 삶을 보내던 어느 날. 카톡 답장을 주르륵하고 있는데 유난히 저한테 바쁘냐고 묻는 사람들이 많은 거예요. 뱅울이 바빠? 뱅울이 바쁘지.. 이렇게 시작하는 인사들. 그리고 저는 대답했죠. 바쁘진 않은데 할게 많아서 그래. 그랬더니 그게 바쁜 거라더군요. 아? 나 바쁘구나. 왜 바쁘지?


가을이 되고 선선해지니까 그냥 기본적으로 제 기분도 너무 좋고, 무엇보다 에너지 총량이 많이 올라가서 이제는 작업실에서 해야 할 일 아니고서도 욕심을 내는 것이 아니겠어요? 그니까 지난주부터 갑자기 작업하다가 밖에 나가서 집을 구역별로 쪼개서 대청소와 정리를 하고 앉았습니다. 진짜 웃기지도 않아요. 할 맘도 없었고 지금 만화도 많이 그려놔야 하는데 정신 차려보면 제가 그냥 다 뒤집어엎고 있더라고요.


그래서 오늘 브런치에는 내가 진짜 하루종일 뭘 하고 있는지, 얼마만큼의 시간을 쓸 수 있는지 하는 의문을 해소하기 위해 최근 2주간의 타임라인을 작성해 보려고요. 아마도 이렇게 몇 년을 보내게 될 것 같아서요. 일단 크게 보면 저는 남편과 함께 6:30에 일어나고 23:00에 침대에 뻗는 삶을 살고 있어요. 아침에 눈 뜨고 일어나면 안방에서 열댓 발자국 떨어진 작업실에 가서 세팅을 하고 만화 한 페이지 콘티를 그립니다. 한 페이지가 끝나면 털고 일어나서 남편의 점심도시락이랑 아침준비를 하고 8:30에 남편을 배웅합니다. 저녁 준비를 하기 위한 알람이 17:00에 울리기 전까지는 제 시간입니다. 남편 도시락 준비를 하는 덕분에 제 점심도 마련되었으니 딱 할 거하다가 밥 먹고 또 할 거하면 되는 시간이어요. 그리고 17:00부터 저녁준비를 해서 18:00~19:00 사이에 오는 남편이랑 저녁을 먹고 20:00에 저는 작업실로, 남편은 공부방으로 들어가 23:00까지 시간을 씁니다. 이렇게 쭉 나열해 보니까 저는 매주 월요일부터 토요일까지. 오전~오후 7시간 30분과 저녁 3시간 해서 하루에 총 10시간 30분을 할 일을 처리하는 데에 쓰게 되는 셈이네요. 막상 쓰고 나니까 좀 당황스러워요. 하루에 반도 일을 못한다니,,,?!


충격을 받긴 했지만 주어진걸 잘 쓰는 것도 능력일 테니 저는 이제 이 10시간 30분을 잘 쪼개서 사용하는 스킬을 또 높일 차례라 생각하고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주기적으로 업로드해야 하는 것들이 늘어나면서 연재주기를 좀 여유롭게 해야 하나 싶다가도 또 자존심에(?) 일단 이걸 지켜나가 봐야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네요. 지금은 저녁 3시간 중의 어느 시간대를 사용하는 중이고 아직 오늘 하려고 한 게 3개 정도 남았습니다. 이것도 당황스럽지만 브런치 마감이 오늘이니까 (오늘 마감인 거 오늘 마무리하는 답 없는...) 얘부터 하고요. 남은 시간 동안 어찌어찌 손을 대 보고 기절잠을 해보도록 하겠습니다. 일주일의 시작에 마무리로 브런치를 쓰는 기분인데요, 오늘은 저에게 그 어느 때보다 도움 되는 글쓰기 시간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그와중에 체크리스트좀 보세요 저는 저렇게 양배추 손질같은 자잘한것도 걍 체크리스트에 넣습니다. 이거 까먹었다가 또 다음에 못쓰는 일이 날까봐요. 미소된장국 키트 제작은 오늘 오후 업무가 30분정도 늦게 끝난바람에 시간관계상 내일로 미루었습니다.


암튼 이렇게 하루 사이클을 확인하며 이번주도 욕심에 가득 찬 주저리를 한 바가지 늘어놓았네요. 다음 주도 가을의 힘을 빌려 무사히 만날 수 있기를 바래봅니다. 좀 정신없기도 하고 때로는 헉 하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렇게 매일 도전할 수 있는 하루가 주어진 것에 매우 기분 좋은 저녁이네요. 그럼 이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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