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신행 Oct 22. 2023

SAINT PATRICK’S DAY

리버풀을 떠나기 전날, 헛헛한 마음을 달래기 위해 동네를 한 바퀴 걷기로 했다. 영국식 주택 사이를 지나 걷고 있는데 갑자기 신나는 노랫소리가 흘러나왔다. 음악에 홀려 자연스럽게 음악이 나오는 곳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갑자기 큰 도로가 하나 나왔는데 모든 사람이 초록색 옷과 모자, 신발을 신고 있었다. 마치 영화 해리포터 속으로 들어온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길거리에 사람들은 술에 취해 있었고 어깨동무를 한 채로 같이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고 있었다. 멀리서 울려오는 경찰의 사이렌 소리는 위압감을 주기보다는 축제의 서막을 알리는 축포같이 느껴졌다.


어디로 가야 할지 갈피를 못 잡고 있었는데 한 외국인 친구가 나의 손목을 잡아끌며 펍으로 데려갔다. 어리둥절했지만 그냥 이끌리는 대로 흐르는 대로 지금 이 순간을 즐겨보기로 했다. 펍에 들어가자 사람들은 Saint Patrick’s Day를 외치며 건배를 하고 있었고 남녀노소 할 것 없이 모두가 즐기고 있었다.

나는 한 테이블에 앉게 되었는데 그 테이블에는 노부부가 앉아있었다. 노부부는 축제를 즐기기 위해 오랜만에 나왔다며 오늘은 본인들이 술을 살 테니 마음껏 마시라고 했다. 참.. 살다가 이런 경험을 하다니.. 신비로웠다.


그렇게 나는 아이리쉬 맥주를 원 없이 마셨다. 흥과 취기가 동시에 올랐다. 본격적으로 축제를 즐겨보기로 했다. 무대 앞에서 어깨동무를 하며 춤추고 있는 친구들에게 갔다. 그 친구들은 어서 어깨동무를 하라며 나를 부추겼고 나는 어느새 그들과 함께 발을 맞춰가며 춤을 추고 있었다. 와.. 축제란 이런 거구나 라는 걸 느끼게 된 순간이었다. 그렇게 옷이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춤을 추고 노래하며 놀았다.


다음 날 런던으로 이동을 해야 했기 때문에 나는 숙소로 돌아갔는데, 돌아가는 그 길이 잊히지 않는다. 적당한 취기, 낯선 동네, 길을 비추는 가로등, 평범했던 하루에 펼쳐진 꿈같은 시간을 온전히 느낄 수 있었다. 나는 진정으로 행복하게 살아있는 하루를 보냈다.


만약 살면서 기회가 된다면 다시 한번 방문해서 그날의 행복을 다시 느껴보고 싶다.

이전 16화 음악은 완벽하지 않아도 된다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