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 여행을 마치고 프랑스에 도착했을 때 나는 큰 걱정에 빠졌다. 바로 영국 여행에서 돈을 너무 많이 쓴 것이다. 그리고 너무 재밌게 노느라 유튜버로써 본분을 잊었다. 그래서 나는 비용을 적게 사용하고 사람들이 관심이 있는 여행지를 선택해야 했다. 여행을 시작하고 처음으로 계획이라는 것을 세웠다. 검색 몇 번 해보니 쉽게 답을 찾을 수 있었다. 바로 스페인에 있는 ‘산티아고 순례길’이었다. 우리나라에서는 이미 유명한 걷기 여행 코스였다. ‘종교’적인 이유로 걷는 사람도 많지만 ‘퇴사’ 혹은 ‘은퇴’ 후 나를 찾기 위한 이유로도 많이 선택하는 여행지였다.
나에게는 가히 완벽한 여행지였다. 걷는 걸 좋아하고 매일 1~2만 원이면 숙박을 해결할 수 있으니 이보다 좋을 수 없었다. 그래서 나는 바로 파리에서 생장 피에드포르로 가는 기차를 탔다. 블로그를 보니 이 기차를 타면 한 번에 산티아고 순례길 출발점까지 갈 수 있다고 해서 기차에서 잠시 잠을 잤다. 근데 갑자기 기차가 멈췄고 역무원이 내리라고 했다. 어찌 된 영문인지 알아보기 위해서 역내에 있는 직원에게 가서 물었다. 기찻길이 보수공사 중이어서 주차장에 준비된 버스를 타고 가면 된다고 했다. 그렇게 버스를 타려고 준비 중인데 한국인 여성 두 명이 내게 와서 말을 걸었다.
“혹시.. 산티아고 순례길 걸으러 가시나요? 왜 기차가 멈췄는지 알 수 있을까요?”
“기찻길 보수 중이라 저 버스 타면 생장 피에드 포르까지 갈 수 있다고 하네요. 같이 타시죠! 어? 근데 저 한국 사람인 걸 어떻게 아셨어요?”
“KOREA라고 크게 쓰인 옷 입고 있는데 모를 수 있나요?” “아.. 그렇네요~ 같이 가시죠!”
그 순간이 앞으로 33일 동안 산티아고를 함께 완주하게 될 혜지, 연주와 첫 만남이었다.
어색한 첫 만남의 기류가 감도는 버스를 타고 우리는 생장으로 함께 이동했고 같은 알베르게에 머무르게 됐다.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눴는데 두 사람은 같은 회사를 다니다가 퇴사 후 이유 없이 산티아고에 오게 됐다고 했다. 나는 4년의 세계여행준비 후 영국여행을 마치고 돈을 너무 많이 써버린 나머지 돈을 안 쓸 각오로 산티아고에 오게 됐다고 말했다. 그렇게 각자 온 이유는 달랐지만 산티아고 완주라는 공동의 목표를 위해 같이 걷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