왜냐하면
왜 노래를 만들고 싶은 걸까. ‘그냥 하고 싶은 거지 뭐, 이유가 있나?’ 라는 결론을 여러 차례 내려왔으나 이제는 조금 명확해졌다.
노래하고 글을 쓰는 사람들을 동경한다. 하고 싶고, 할 수 있는 얘기들을 하면서, 다른 사람들이 그것을 듣고 읽으며 ‘좋다’고 느끼게 되는 건 매우 어려운 일이다. 모르는 누군가와 공통된 감수성을 나눌 수 있는 사람, 나도 그런 사람이 되고 싶다. 궁극적으로는 그들의 문화권에 진입하여 그들과 더 가까워지고 싶다. 작가나 뮤지션과 가까워지려면 그들의 열렬한 팬이 되어도 되겠지만, 그들과 같은 일을 하면서 함께 고민을 나눌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다. 노래를 만들기로 하고, 이렇게 글을 쓰는 건 그들을 향한 나의 애정에서 비롯하는 것이다. 언젠가 그들과 이 프로젝트에 대해 얘기할 수 있는 날이 오길.
이와 더불어서, 깜빡하고 정신줄을 놓으면 순식간에 지루해져버리는 삶을 잘 붙잡고 있을 수 있게 해주는 필연의 과제가 되길 바란다. 세월이 지나 남은 것이 지금의 이 목표이다. 결국은 음악 아니겠습니까. 무언가를 새로 만들어 낼 수 있는 때도 얼마 남지 않았다. 더 늦기 전에 어서 시작해야 한다.
먹고 살기 위해 하는 일은 따로 있고 올해는 나름의 중요한 일도 많아 잘 할 수 있을지 걱정이 많다. 이 프로젝트의 끝에 어떤 것이 있을지도 잘 모르겠다. 무엇이 어떻게 나와야 만족할 것인지에 대한 기준도 없다. 목차는 매주 바뀔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할 수 있을 거라는, 근거가 매우 부족하지만 스멀스멀 내 마음속을 잠식하고 있는 자신감이 있기에 할 수 있는 것 같다. 분명 때려치고 싶다고 소리치는 날이 올 것이다. 처음에 적은 그 마음 잊지 않으면서 부디 한 걸음 나아가는 계기가 되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