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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의꿈 Aug 27. 2021

어플로 만난 사랑도 찐이 될 수 있는가

찰나의 사랑을 누가 가볍다고 했나요

문학을 공부하면서 가장 충격적이었던 순간은 ‘자유연애’가 1920년대 정도, 근대화에서부터 시작했다는 점이다. 익숙하지만 조금은 고리타분해보이는, <사랑방 손님과 어머니> 그리고 <태평천하> 같은 것에서 집을 방문한 손님이나 함께 농민개혁운동을 하면서 사랑에 빠지는 서사가 나오고는 하는데, 역설적으로 이 작품들이 레전드 고전(?)으로 꼽히는 이유는 ‘자유 연애’ 사상을 담았기 때문이다. 그러니까 사랑하는 사람과 사랑하는 감정에 빠지고, 결혼 전 데이트와 플러팅이 대한민국에서 가능해진지… 100년도 안됐다는 소리이다.


ㅇ_ㅇ...!


2022년에 판권이 풀릴 옥희...쓰복만 성우님이 연기해주면 좋겠다



자음과 모음 출판사에서 새로 출간한 <아이 틴더 유>는 문학 잡지 ‘트리플 시리즈’의 7번째 소설이다. 젊은 작가들이 월간으로 발행하고 있는 소설인데, 월간지인만큼 2030 세대들의 생각과 트렌드를 흠뻑 담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특히 '부유하는 어떤 사랑법’에 관해서는 2030세대인 내가 봐도 “오 꽤 트렌디한데~”라고 할 정도로 현세태를 잘 담았다고 할 수 있다.


@자음과모음 트위터/ 카피가 자극적이고 좋다


코시국의 연장으로 클럽이나 헌팅 술집에서 새로운 인연을 만나기가 어려워졌고, 틴더 등의 데이트 어플을 통해서 만남을 갖는 경우가 많아진 것은 사실이다.


해외에서는 데이트 어플 시장이 컸던 것이 사실이지만, 국내에서는 활성화된지 2-3년 남짓 되었다. 이전에는 “어플에서 만난 사람과 사귄다고…?”라는 인식이 있었지만, 이제 주변에서 어플을 통한 데이트가 종종 발견되는 것은 우연의 일치가 아니다. (심지어 내 친구는 U양은 실제 세계에서 받는 소개팅보다 데이트 어플을 통해서 소개 받는 남성들이 외모+스펙이 더 괜찮다고 한다) 흔히 소개팅 10번을 해야지 자기가 맘에 드는 사람 1명을 만날 수 있다고 했는데, 이제 인맥 고갈(?)로 인해 10명을 만날 수 없는 상황에 처하자 그 시장이 데이트 어플로 옮겨가게 된 것이다.


@부산일보/ 데이트 어플 종류가 진짜 다양하네...


소설 <아이 틴더 유> 에서 사랑에 빠질 상대를 고르는 기준은 크게 세 가지이다.


1. 외모(예선전) 2. 자기소개 및 직업(매력도) 3. ok를 누른 후의 대화 티키타카

4. 만남까지 괜찮았다면 그 이후는 사랑이라고 규정할 수 있는 것이다.


여의도에서 일하는 여자 ‘솔’은 영화 시나리오를 쓴다는 남자 ‘호’와 데이트 어플에서 만나지만, ‘호’와 하루를 보내고 나서도 끊임없이 다른 남자를 찾는다. 그 이유는? 아마도 ‘호’와는 대화도 잘 통하고, 외모 스타일도 잘 맞지만 끊임 없이 다른 남자와 데이트를 하고 잠자리를 가지려는 것은 아마도 ‘사랑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일 것이다.


"서로 노아 바움백의 영화를 좋아한다는 취향상의 공통점을 알게 되고, '연애에서  속거나 버려진 쪽' 이었다는 공통점을 발견하게 된다. 취향이나 연애 방식상의 공통점을 발견하거나 서로에게 서로의 환부나 치부가 드러내는 순간은 보통 사랑에 빠지게 되는 결정적 계기에 해당한다고 한다. 그런데 외로움을 어필하는 호가 짠하게 느껴지는 순간에 솔은 호에게 다른 사람으로부터  틴더 메시지를 일게 되고, 그가 자신 뿐만 아니라 ‘수십, 수백 명의 라이크를 눌렀다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134, 해설)-



우리는 누구보다도 사랑에 빠지고 싶어하지만, 사랑에 빠지는 것을 두려워하고 있는 것이다.


그 이유는 간단하다. 사랑에 빠진다는 것은 곧 상처를 받는다는 행위이기 때문이다. 자유연애가 활성화되면서, 그만큼 이별의 확률도 높아졌고, 그 이별 후에 새로운 사랑을 하고 또 이별을 하는.. 그런 사건들이 자연스러워지고 있다. 이전 같으면 오래 사귀던 사람과 헤어졌다고 하면 “왜…?” 라고 의아해하던 친구들이 “그래 새로운 사람 만나!” 라고 말하는 것은 그만큼 이별에 대한 우리의 인식의 허들이 낮아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아니오... 저는 같이 못 살 것 같습니다 ^_ㅠ 쫄보라서요..


최근 tv프로그램 중 ‘환승 연애’를 최근 3년 간 본 예능 프로그램 중 가장 걸작이라고 보고 있는데, 그 흔한 데이트 프로그램의 ‘주작’ 없이 헤어진 사람들의 혼잡한 감정을 오롯이 담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서 사람들은 자신의 헤어진 전 남자친구, 전 여자친구(이하 x라고 표현한다)와 함께 합숙하면서 새로운 사람을 찾게 되는데 그러면서 새로운 사람에게 관심을 갖게 되기도 하고, 자신의 전 연인에게 미련의 감정을 느끼기도 한다.


가장 잔인한 지점은 한 쪽은 아직 이별의 감정이 정리되지 않았는데, X(전남친)는 이미 깔끔하게 정리된 감정을 가지고 새로운 사랑을 적극적으로 찾는 부분이다. 그래서 한 여성 출연자는 이 충격에 갑작스런 퇴소를 결정하고 만다.


한 번이라도 이별을 한 사람들은 그 상처와 충격을 인생에서 가장 힘든 경험이라고 뽑는다. 나 조차도 취준생 시절 자소서에 “인생에서 가장 힘든 일을 극복한 경험은?” 이라는 질문에 항상 첫사랑과 이별했던 경험을 쓰고 싶을 정도였으니까 말이다. MZ세대라는 단어로 세대를 구분하고 싶지는 않지만, 아무튼 사랑과 이별의 경험이 조금 더 자유롭고, 선택의 기회도 많은 세대에게 '사랑'은 더 이상 '운명적'이거나, '필연적'인 존재로 여겨지지 않을지도 모른다. 신자유주의 시대의 연애는 인종, 나이, 장소, 외모에 상관 없이 다양한 선택을 할 수 있고, 그 선택의 결과 조차 오롯이 개인의 책임으로 귀결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옥희 어머니와 같은 비밀스런 연애는 2021년에 와서는 유부 및 n다리과 같이 부도덕적일 때 가능한 것일지도 모른다 (?)


그 어떤 세대보다 연애와 이별을 많이 경험한 세대에게 사랑은 어떤 의미일까? 과연 데이트 어플에서 만난 사랑을 가볍다고 할 수 있을까


 서로가 서로에게 유일무이한 존재가 아니라, 스페어처럼 얼마든지 대체 가능한 존재라는 사실 상대방에 대한 실망이나 공허함을 느끼게  수도 있지만, 오히려  사실은 서로를 ‘공모자처럼 느끼게 만든다. “원래도 가벼웠지만  없이  가벼워  사람을  친밀하게 만드는 것이 바로 ‘틴더에서 만난 자칫 가벼워보이는 사랑의 특징이다.  가벼운 친밀성의 핵심은 서로를 구속하는 미래에 대한 기대나 약속 없이 현재 마주한 상대와 가능한 최대치의 쾌락을 주고받는  있다. -<아이 틴더 유> 해석 발췌-


소설은 이렇게 두 사람의 관계를 정의하고, 마무리하지만 내 생각은 사뭇 다르다.

이 글을 쓰고 있는 동안에도 내 친구 U양은 '스카이피플'이라는 어플에서 만난 남자 때문에 밤마다 속앓이 중이다. 주식과 부동산으로 30대 초반에 5억 부자(?)가 되었다는 남성은 운명적인 이끌림으로 3주 째 정식으로 사귀고 있으나, 연락이 잘 안되서 맘에 안들고 매일 싸운다는 것이다. U양은 진심으로 그 남성을 남자친구라고 생각하고 있고, 충분히 사랑받고 진지하게 생각하고 있다. 싸우면 급하게 다른 스페어를 찾으려고 하지만, 정말로 이번에 자신의 스타일을 찾았다고 생각한 U양은 그와 평생을 함께하고 싶을 정도로 진지한 태도이며, 심지어 과거 연애 스타일을 열심히 성찰 중이다. <아이 틴더 유>의 호와 솔도 서로에게 '세컨드'가 아닌 '스페어'라고 느끼고 있다고 말하지만, 정말 스스로 상황과 내면의 소리를 솔직하게 직면하면 그건 '스페어'가 아니라 찐이라는 것을 알게 될지도 모를 일이다..


https://www.youtube.com/watch?v=M5IKlHohwi4

천재적인 윤종신과 조금 싫은 염따의 <sp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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