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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네모의꿈 Sep 24. 2021

너의 사랑은 나를 평범하게 만들어줬어

<노멀 피플>이 우리에게 말해주는 것


"넌 날 사랑해주었어.

그리고 마침내 평범하게 만들어주었어"


이 책의 편집자는 최소 배운 사람이다. 이 두 문장 만으로도 사랑의 속성을 완벽하게 표현했으니까 말이다.

'밀레니얼 세대의 메신저'라고 쓰이는 이 책은 엄청난 이동의 사회 속에서 사랑을 하고 있는 모든 사람들을 위한 책이다.





사랑만이 우리를 변화시킬 수 있고, 불완전한 나를 완전하도록 느끼게 해 준다.


한 줄의 카피 만으로도 내 마음을 설레게 만들었고 언젠가 이 책을 꼭 읽어보겠다고 맘먹었다. 원작을 기반으로 한 작품이 영국 BBC 드라마로도 대박을 쳤고, 2020년 에미상 4개 노미네이트 되었다. 게다가 나랑 동갑인 91년생의 맨 부커상 후보의 작품이라니..! 표지의 일러스트처럼 참치캔 안에서의 언제나 뜯고 버릴 수 있는 가변적인 사랑에 관한 이야기지만, 그 깊이와 감동은 절대 가볍지 않았다.


노멀 피플은 웨이브에서 정주행 가능하다



"난 떠날게"

"난 이곳에 남을게"


밀레니얼 세대는 대학을 가기 위해, 혹은 직장을 얻기 위해 기존에 살던 고향과는 다른 곳으로 이동한다. 우리는 이제 자신이 태어난 곳에서 사는 것이 아니라 자본이 있는 곳으로 이동하도록 설계되었기 때문이다.


사랑하면 같이 있어야 하는 것이 당연하게 여겨졌지만, 이제 사랑하면 자유롭게 떠나보내 주는 것(?)이 상대방을 위한 일이 되어버린 것이다. 극 중에서 여자 주인공 '메리앤'과 남자 주인공 '코넬'은 같은 동네에서 태어나서 같은 고등학교에 다니고, 그러다가 더블린에 있는 명문 대학, 트리니티로 함께 진학을 하게 된다. 중간에 메리앤은 스웨덴으로 교환학생도 간다. 둘은 방학 때만 고향인 도시로 돌아가고, 평소에는 도시인 더블린에서 살아간다. 둘은 사랑하지만, 중간에 서로 다른 애인을 사귀기도 하고 겸허하게 이별을 받아들이기도 한다.


도시는 우리에게 발전이라는 '환상'의 공간이다. 도시에 가면 더 많은 사람을 만날 수 있을 것 같고, 신문물을, 그리고 더 큰 학문을 배울 수 있을 것이라는 막연한 기대감도 있다. 그리고 우리 밀레니얼 세대는 수많은 '이동(mobility)'으로 인한 이별과 만남에 익숙하고, 그래서 사랑하는 사람도 그를 위해서 떠나 줄 수 있는 것이다.


사랑해서 떠난다는 말은 정말 진부하다. 그러나 이별과 만남을 반복하면서 우리는 성장해가는 걸지도 모른다. 이전에는 학문을 통해서 배웠을지 모르겠지만, 지금은 그렇게 수많은 '이동'을 통해서 자신의 아이덴티티를 찾아가고, 그곳에서 만난 관계를 통해 스스로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2018년 국내에서 절판되어버린 <액체 근대>


지금은 국내에서 절판되어 버린, 그래서 더 희소하게 느껴지는 <액체 근대>에서 지그문트 바우만은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를 '액체 근대'라고 표현했다. 과거 현대 사회가 안정적이고 견고한 '고체'였다면, 우리가 살아가는 사회는 불안정하고, 가볍고, 예측 불가능한 것으로 진단했다. 해방은 우리에게 무제한의 자유를 준 대신 그만큼의 불안을 주었고, 개인주의는 사회 규범을 지탱하는 공적 영역을 사적인 영역으로 대체시켜버렸다.


그렇게 불안하고 유동적인 상황 속에서도 유일하게 믿을 수 있고, 우리를 변화시켜 '노멀 피플'로 만들 수 있는 것이 '사랑'이라고, 이 책은 역설하고 있는 것이 아닐까.


서로 다른 연인을 만나고 있지만, 두 사람은 여전히 사랑하고 있다


학창 시절, 조금은 거칠고 과도한 '아싸'와 '인싸' 같았던 두 사람은 서로를 통해서 평범하게 살아갈 수 있는 '노멀 피플'이 되어간다. ('평범하다'는 말은 때로는 모욕적이지만, 사람과 함께 어울려 살아가야 할 현대사회에서는 최고의 칭찬이 될 수도 있다.)

 

이 책과 드라마는 흔들리는 사랑에 대해서, 소위 말하는 MZ세대의 사랑법에 관해 진솔하게 다가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 전반적인 분위기는 우울했으나 그럼에도 따뜻하고, 희망적이었던 작품이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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