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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유 Sep 21. 2022

시작하는 마음의 양면



언제나 무엇을 시작할 때의 마음에는 양면이 있다. 그 마음은 달처럼 한 면만 보이는데 우리는 달과 달리 보여주고 싶은 마음을 선택할 수 있다. 내가 선택한 마음의 면은 어두운 쪽이었다.



내 작업을 사겠다는 사람이 등장했을 때 책을 팔겠다고 마음을 먹고 크라우드 펀딩을 준비했다. 준비운동이 완벽해야 출발할 수 있는 초짜 러너이기에 펀딩 준비까지 꽤 많은 시간이 걸렸다. 내가 투자한 만큼의 결과물 혹은 그 이상의 드라마가 펼쳐질지도 모른다는 자신만만의 마음과 ‘펀딩 실패, 책 못 팔고 수치심 얻기’라는 파국적 결말을 예상하는 불안한 마음이 있었다. 자신만만한 마음을 보여주고 다니다 실패하는 것이 더 최악이라는 결론이 나왔기에 나는 처음부터 불안한 마음을 내비치고 다녔다. 그러니 더 간절해졌다.



펀딩이 끝난 후, 나는 자신만만한 마음을 보여주고 다니지 않길 잘했다고 생각했다. 펀딩이 처참히 실패한 것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대박 난 건 아니기에. 펀딩에 후원한 후원자의 80% 정도는 지인이다. 이 사실이 굉장히 부끄러웠다. 독립출판이라는 도로의 시작은 이렇다는 걸 알지 못했었기에 나의 성공을 칭찬하는 이들에게 덤덤한 척 나의 수치를 말하고 다녔다.


“다 지인들이 산 건데 뭐~”


내가 유명한 인간이 된다면 절판된 내 첫 책을 찾는 사람이  분명히 생기겠지. 그때 다시 2쇄를 찍어도 나쁘지 않다고. 내가 너무나도 유명해져 펀딩에 후원한 지인들이 내 책의 초판을 비싼 값에 되팔게 되는 일이 생길지 누가 알아?


나만 보는 일기장에는 이렇게 적혀있다.



“아니 나는 대박 날 줄 알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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