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배유진 Jul 22. 2024

이별과 이별과 이별

모든 것에는 끝이 있다

좋지 않은 일은 원래 한꺼번에 생기는 걸까. 반 년 동안 3번의 이별을 겪었다.

그 시작은 부평 문고와 했던 한여름의 이별었고, 그다음은 이별은 겨울의 초입이었던 11월이었다. 나에게는 10살 때부터 함께한 동물 친구가 있다.

이름은 토토, 귀가 긴 토끼다. 반려동물과 함께 나이를 먹어간다는 건 슬픈 일이라는 것을 토토의 상태가 나빠졌던 해에 깨달았다. 곧 지구를 떠나 자기의 별로 돌아갈 것만 같아 우리 가족은 매해 마음의 준비를 했다. 생명이라는 건 참 알다가도 모르겠다. 토토는 우리의 걱정과 다르게 매해를 잘 넘겨주었다. 우리의 걱정이 기우였다는 듯이 아무렇지 않게 지내줬다. 그저 나이를 먹어 귀가 잘 안 들리고 눈에서는 눈물이 나고 예전처럼 높고 빠르게 뛰지 못할 뿐이었다.

토토는 아주 거뜬히 2023년 토끼의 해를 맞이했다. 이대로라면 2024년도 함께 할 수 있을 것 같아 기뻤다. 하지만, 너는 토끼의 해가 끝나기 전에 너의 별로 돌아가기로 한 것처럼 상태가 급격히 안 좋아졌다. 11월 초, 이젠 마음의 준비 그 이상의 실천적 준비가 필요하다 생각해서 토토가 떠나게 됐을 때 어떻게 해야 할지, 어느 화장터, 어느 장례식장으로 가야 할지 알아봤다. 그리고 평생 지내왔던 케이지를 버리고 거실 한 편의 공간을 크게 내주었다. 놀랍게도 우리와 함께 하기를 기다린 것처럼 상태가 쌩쌩해졌고 빠른 속도로 움직였고 힘차게 발을 구르며 쿵쿵 거리기도 했다. 심지어 예전처럼 우리를 따라다녔고 아기 때처럼 내 발 사이에 가만히 앉아있었다. 우리 가족은 또다시 토토와 함께 할 2024년을 기약했다. 어느 일요일, 새벽까지 작업을 하다 자기 전에 토토를 보러 거실로 나갔을 때 정말 깜짝 놀랐 다. 몸이 안좋아진 이후로 한 번도 한 적 없던 자세로 가만히 있었다. 식빵 굽기 자세라고 해야 되나. 다리를 잘 오므려서 동그랗게 앉아있었다. 웬일인가 생각했고 토토는 월요일 아침까지도 그 자세였다. 너무 놀란 나는 크게 토토를 불렀는데 무슨 일이냐는 듯 귀를 쫑긋 쫑긋거리는 모습을 보고 너털웃음이 났다. 월요일 아침부터 덕분에 기분이 좋았다. 근데 그게 마지막이었다.




평소보다 팀플 회의가 늦게 끝났다. 평소보다 한 시간 정도 늦게 들어왔다. 집은 어두웠고 고요했으며 아무 소리도 없었다. 토토야. 계속 불렀는데 조용했다. 토토에게 다가가면서 계속 불렀다. 이제 한 번에 못 알아듣는다는 걸 아니까. 아직 너는 따뜻했다. 어쩜 그렇게 예쁜 자세로 누워있을 수 있는지. 오래 준비를 해서 그런지 눈물이 나는 와중에도 할 일을 했다. 다 엎어진 밥그릇과 흩뿌려진 사료를 치우고 파헤쳐 진 배변 패드를 정리하고 토토를 괴롭히던 아픈 털까지 모두 잘랐다. 그리고 가족에게 알렸다. 조금 더 곁에 있다가 한밤 중에 토토를 보내주고 돌아오니 새벽 한 시. 아빠는 다음 날 휴가를 내시고 토토의 흔적을 모두 정리했다. 이사 온 후부터 썼던 케이지, 일주일 전에 샀던 엄청난 양의 배변패드, 한 박스나 남은 사료들. 토토가 좋아하던 공을 뺀 모든 것들을 정리하고 나니까 아, 우리 집이 이렇게 넓었구나.


조금은 가라앉은 연말의 분위기가 지나고 2024년 1월, 나는 사랑했던 사람과의 이별을 했다. 세 번째 이별이었다. 토토와 이별했을 때보다 100배는 추웠지만 마음은 덤덤했다. 이별을 고한 사람이 나였기 때문이었을까. 갑작스러운 이별을 탓했으면서 나도 누군가에게 갑작스런 이별을 고했다. 3번의 이별로 또다른 내가 됐다.

이전 04화 사라진 또 하나의
brunch book
$magazine.title

현재 글은 이 브런치북에
소속되어 있습니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