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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수라떼 Mar 24. 2020

아들아, 뒷마당에 돈을 버려라.

아들아, 네가 평생 살면서 가장 많이 듣게 될 단어가 뭘까?

그건 바로 '돈'이란다.


'돈'이 '꿈'보다 '사랑'보다 많이 듣게 될 단어란다.

알아, 8살 준이에게 너무 세속적인 이야기일 수도 있겠지. 하지만 아빠는 우리 준이가 현실을 그대로 받아들이고 차라리 그 준비를 했으면 좋겠다.  

지금도 엄마 아빠가 일주일에 용돈으로 천 원 주지? 문방구에서 연필도 사고 지우개도 살 수 있는 바로 그 돈.

돈 이야기를 너는 죽는 날까지 하게 될 거야.

죽음도 보험금으로 환산되고 저승까지 입고 갈 수의도 돈으로 결정하게 될 거다. 유골을 전망 좋은 곳에 두려고 해도 다 돈이지.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아빠 죽으면 수의는 프리미엄 고급형으로 부탁한다. 저승 가는 길이라도 스웩 넘치게 가고 싶구나.


돈과 좋은 관계를 맺거라


'돈'이 삶에서 상당히 많은 영향을 끼치는 만큼 아빠는 네가 '돈'과 좋은 관계를 맺기를 바란다.

돈과의 관계는 어쩌면 친구 관계, 가족 관계, 사회적 관계보다 우위에 있을지도 몰라.

돈 때문에 사람을 해치고 돈 때문에 가족과도 등지는 세상이니까.

그럼에도 정작 돈과 어떤 관계를 맺어야 하는지는 학교에서 가르쳐 주지 않는단다.

그러니 불편하더라도 아빠와 이야기할 수밖에 없겠구나.


평생 돈으로 고민할 게다.


지금 상태로는 아빠가 네게 물려줄 재산은 거의 없을 것 같지만 설령 큰돈을 물려준다 해도 너는 평생 돈으로 고민할 게다. 돈 때문에 마음 상하고 돈 때문에 서글프고 돈 때문에 울화가 치미는 날이 셀 수 없이 많을 거야. 지금 '돈'과 좋은 관계를 맺지 않으면 죽는 날 까지도 '돈'은 네 꽁무니를 쫓아다니며 괴롭힐걸.

지금부터 아빠랑 돈에 대해 얘기해 볼 거야.

네가 하찮은 '돈' 때문에 스스로를 아프게 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1) 돈이 목적이 돼서는 안 된다.

돈은 네가 원하는 것을 얻게 해주는 수단일 뿐이지 목적이 아니란다. 그런데 사람들은 목적과 수단을 혼동하곤 하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모른 채 더 많이 돈을 모으려 애를 쓰지. 돈은 (개인의 입장에서는 거의) 무한대라서 돈을 많이 모으는 것이 목적이 되는 순간 너는 '돈'이 만든 늪에 스스로 빠지게 될 게다.


2) 만족과 욕심의 경계를 구분하거라.

 네가 원하는 것을 정확히 아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지? 그런데 가끔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혼란스러울 때가 있어. 이런 때는 만족과 욕심의 경계를 기억하거라. 너는 크레파스가 필요한데 마트에 가보니 20색과 50색이 있어. 네가 생각하기에 20색이면 충분할 것 같지만 친구가 50색을 가지고 있다면 너는 마음이 흔들리겠지? 20색은 너를 만족시킬 것이고 50색은 너의 욕심을 채워주겠지. 아빠는 우리 준이가 만족을 택하기 바란단다. 50색을 택하는 건 남의 시선에서 너를 결정짓는 것에 불과해. 그런 삶은 결코 행복할 수 없어. 네가 진정으로 만족할 수준을 정해야 한다.     

 

3) 만족 이상의 돈을 벌 수 있게 몸값을 높이거라

네가 진정으로 만족의 수준을 정했다면 그 이상으로 돈을 벌도록 노력해라. 너는 지금 한 달에 브롤스타 뽑기 6번만 하면 만족한다고 했지? 3000원 정도 필요하네. 네 용돈이 한 달 5000원은 되니까 그럼 너는 만족 이상의 '돈'을 가진 거야. 성인이 돼서도 마찬가지란다. 네가 원하는 삶을 살기 위해 한 달에 200만 원이 필요하다면 너는 그 이상으로 돈을 벌어야 해. 네가 몸값을 높이는데 주어진 유예기간은 20년 정도 되는구나. 그 시간을 허투루 쓰지 말거라. 오로지 너의 경험과 지식을 쌓아 올리는데 모든 노력을 쏟아야 한단다. 그동안 엄마 아빠가 시간을 벌어주마.   


4) 남은 돈은 뒷마당에 버리거라.

'황금 보기를 돌 같이 하라.' 최영 장군의 말씀이셨지. 본래는 눈앞에 사리사욕을 쫓지 말라는 의미에서 쓰였겠지만 아빠는 조금 다른 의미에서 해석하고 싶구나. 너의 만족을 채우고 남은 돈은 그저 돌과 다름이 없단다. 뒷마당에 버리거라.

갑자기 돌은 뭐고 뒷마당은 뭔지 의아하겠지. 투자를 말하는 거다.

씨앗을 어디다 버릴까? / 구글 이미지

그래 좋아. 씨앗이라고 해보자. 너의 만족을 채우고 더 이상 필요 없는 씨앗을 들고 뒷마당에 가보렴. 그리고 볕이 잘 들어올 만한 곳에 씨앗들을 던져 버리고 너는 다시 집으로 들어와 청소도 하고 커피도 한잔하며 시간을 보내거라. 어디가 토양이 좋고 일조량이 좋은지 분석할 필요도 없다. 어차피 그 씨앗이 나무가 될지 그대로 썩어 흙이 될지는 아무도 모른단다. 그러니 던져 놓은 씨앗을 보려 뒷마당을 문지방 닳도록 들락 거릴 필요도 없단다. 중요한 것은 너의 만족이니까 남은 '돈'에 어떤 미련도 두지 말고 버릴 수 있어야 한다. 내일의 만족을 위한 돈은 내일 벌면 되는 거다.  


5) 좋아 보이는 곳에 씨앗을 던져라

서점에 가보렴. 씨앗 던지는 법에 대한 책이 차고 넘친단다. '주식투자 기업 분석', '부동산 경매로 10억 벌기', '3개월에 5배 급등주 찾기', '가치투자 분석 기법'이라는 이름들이 그런 책이다. 그런데 말이다. 어떤 것도 정답은 없단다. 그저 좋아 보이는 것을 고르거라. 가격에 구애받지 말고 그저 좋은 물건을 고를 줄 아는 눈이 필요 하단다. 그런 안목을 어떻게 키우냐고? 알게 되면 꼭 아빠에게도 가르쳐주렴. 확실 한 건 학교에서는 못 배운단다.


6) 지금 얼마가 있는지 보다 지속 가능성이 더 중요하단다.

이제 갓 유치원 졸업한 아들에게 지속 가능성이라니. 이런 말 하는 아빠가 한심하구나.

보통 사람들은 돈이 얼마가 있는지에 집중하는 경향이 있단다. 그런데 '돈'과 좋은 관계를 맺기 위해서는 네가 앞으로 얼마나 오랫동안 지속적으로 돈을 벌 수 있는지가 중요하지. 넌 아직 젊기에 시간이 가장 큰 무기가 될 거다. 처음 사회에 나가 얼마를 버는지는 전혀 중요하지 않아. 당장 취업 잘 한 친구와 월 100만 원 이상 차이가 나도 네가 앞으로 사회생활할 40년을 생각하면 (그 이상일 수도) 큰 차이가 되지 않는다. 중요한 것은 너의 만족을 채우고 남은 '돈'을 어떻게 뒷마당에 버리느냐가 차이를 만들게 될 게다.


7) 나무는 자랄 수도 안 자랄 수도 있다.

투자의 결과에 의미를 두어서는 안 된다. 이미 만족을 채우고 남은 '돈'은 뒷마당에 버린 거다. 초조하게 뒷마당만 바라보며 너의 아까운 시간을 허비한다면 너는 '돈'과 아주 나쁜 관계가 되는 것이다.


아들아, 네가 잊지 말아야 하는 것은 '돈'은 네 만족을 위한 수단 일 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니라는 점이다. 네 만족의 수준을 알고 '돈'의 흐름이 끊기지 않도록 너를 지속 발전시키는 것에만 집중하거라. 그리고 남은 '돈'은 뒷마당에 버리거라. '돈'이 깜짝 놀랄 거다. 인간 위에 있다고 생각했는데 자신을 홀대하는 너에게 묘하게 이끌릴지도 모를 일이다.


아들아, 절대 '돈'이 너의 머리 위에서 놀지 않게 해야 한다. 너의 행복을 한 낱 종이 쪼가리에게 맡기기에 너는 너무도 소중한 존재임을 잊지 말거라. 늘 행복하기를 진심으로 바란다.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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