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점에서 잘 팔리는 책들의 제목에는 특징이 있어. 바로 특정 연령대를 타깃으로 한다는 점이야. 네가 어른이 된 후도 형태만 달라질 뿐 비슷할 거라 생각된다.
20대가 되기 전에 봐야 할...
30대의 당신에게....,
40대에 읽어야 할......
책을 펴 든 독자들은 자신의 이야기를 써 놓은 듯 한 글귀에 가슴이 뻥 뚫리는 카타르시스를 느끼지. 그리고 연필 꾹 눌러 밑줄을 긋는단다. 이미 살면서 깊이 깨달은 사실인데 굳이 밑줄을 그어가며 글자 하나하나를 곱씹지. 참 이상하지?
그럴 거면 차라리 40대나 50대에 깨달을 사실을 20대에 읽고 느끼면 더 좋은 것 아닐까? 남들보다 더 많은 깨우침을 얻게 될 거니까. 그만큼 세상을 보는 시야도 넓어지고 역경을 딛고 일어설 힘도 생길 거니까.
그런데 말이다. 사람은 그게 안돼. 이미 몸으로 마음으로 깨닫기 전에는 글이나 말로 전해 듣는 깨달음이란 있을 수 없거든. 인생 조언이 항상 '라떼'일 수밖에 없는 이유란다.
학교에서 배울 수 있다고? 아픈 사람을 보면 안타까워하고 소외된 사람의 고통을 이해해 줄 수 있다고? 아니. 그건 학습된 공감일 뿐이야. 네 몸이 아파보지 않고, 주변의 따가운 시선에 등 돌려보지 않고서는 너는 절대 그 고통을 이해할 수도, 위로할 수도 없단다. 연필 꾹꾹 눌러 밑줄 그을 일도 없지. 그래서 인간인 거야.
우리 은이도 살면서 참 많은 경험을 하게 되겠지. 행복하고 즐겁고 흥분되는 경험도 있을 것이고 넘어지고 좌절하고 초라해지는 경험도 있을 거야.
당장은 너무 힘들어 주저앉고 싶은 그 경험도 시간이 흐르면 밑줄 꾹꾹 그어가며 너의 마음을 씻어줄 한 줄의 글귀가 될 게다.밑줄을 많이 그을수록 너의 마음은 따뜻한 온기와 감사로 가득해질 수 있지.
아빠는 그저 우리 은이의 뒤에 있을게. 인생 조언 따위는 하지 않으마. 그저 너무 힘들면 와서 밥 한 끼 먹고 가렴. 우리 은이, 너무너무 사랑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