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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수라떼 Mar 31. 2020

아들아, 아무도 너를 위로해 주지 못할 때가 온다.

너의 마음을 안아주거라.


아들아, 네가 아프거나 슬픈 일이 있다면 엄마 아빠는 언제나 너의 곁에 있어 주고 싶구나. 그러나 네가 어른이 되고 이 세상을 살다 보면 아무도 너의 아픔을 위로해 주지 못할 때가 온단다.


아빠도 그런 날이 있었지.

현실에서 도망치고 싶고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은 날들..

그런  하루하루가 거듭되다 결국 새벽녘 목구멍으로 쏟아져 나오는 울분을 찾지 못해

가슴에 멍이 들도록 주먹으로 내리쳐야 했던.....

그 날을 아빠는 아직도 기억한다.


그 날 아빠는 '어릴 적 아빠'를 보았거든. 알아, 미친 사람 이야기 같지? 그래, 그날은 정말 미쳤는지도 모를 일이다


어린 나는 너와 아주 닮았더구나. 그 '작은 나'는 비참하게 쓰러진 아빠를 바라보고 있었. 그냥 엷은 미소를 띈 채 바라만 보더구나.

아빠는 천천히 손을 내밀어 '어린 나'의 머리와 볼을 쓰다듬었. 하얀 볼에 솜털까지 느껴지는 것 같았. 아빠는 아무 말 없이 '어릴 적 아빠'를 안아 주었단다.

그 순간 머리가 맑아지더구나. 살아갈 힘이 생겼어. 그때 아빠는 깨달았단다. 나 스스로에게 손 내미는 법을. 나를 안아주는 법을.


아빠가 어떤 일로 힘들었는지는 비밀로 할래. 살다 보면 사랑하는 가족에게도 위로받을 수 없는 것이 생기게 마련이거든. 그것이 아빠가 엄마와 너희를 사랑하지 않는다거나 믿지 못한다는 뜻은 아니란다.

살다 보면 말이야. 살다 보면 그런 날이 올 수 도 있어. 함께 있어도 외롭고 불안한 날. 혼자 가슴속 응어리를 꿀꺽 삼켜야 하는 날이 올 수 있단다.

 

아들아, 혹시 그런 날이 네게도 온다면 말이다. 그런 날이 없었으면 좋겠지만 혹시라도 참을 수 없을 만큼 힘든 날이 온다면 너의 머리를 쓰다듬고 너의 어깨를 토닥여 보렴. 그리고 나지막이 괜찮다고 말해줘. 괜찮다고, 이 또한 지나간다고. 훗날 오늘의 너를 보면 놀리게 될 거라고.


아빠는 삶이 힘든 날이면 새벽에 혼자 일어난단다. 갓 내린 커피 한 잔과 초콜릿 한 조각을 준비하지. 초콜릿을  입 가득 물고 따뜻한 커피 한 모금하면 모든 걱정이 눈 녹듯이 사라지지.  그리고 이 노래를 들으며 아빠의 머리를 쓰다듬는 상상을 한단다. 그러면 머리 끝부터 발끝까지 온화한 기운이 느껴진단다. 다시 하루를 시작할 힘이 생겨.


MILCK - Ooh Child

Ooh child
Things are gonna get easier
Ooh child
Things will get brighter

어린 친구야, 모든 것이 괜찮아질 거야.
모든 것이 더 선명해질 거야.


아들아, 세상을 살다 보면 슬픈 날 있을 거다. 그런 날이 없기를 바라기보다 툭툭 털고 일어날 수 있는 힘을 길렀으면 좋겠구나. 사랑한다. 우리 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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