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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탄산수라떼 Mar 21. 2020

아들아, 세상은 공정하지 않단다.

제비 다리를 부러뜨려도 금은 나올 수 있다.


아들아, 너의 행복한 삶을 위해 반드시 알아야 할 것이 있단다.


세상은 말이야. 놀부가 제비 다리를 분질러도 박에서 금이 쏟아져 나올 수 있단다. 내 도끼가 금도끼라고 우기면 금도끼를 얻을 수도 있어. 호랑이의 동아줄이 남매의 것보다 더 튼튼할 수 도 있고. 


세상은 네가 동화책에서 배운 것처럼 공정하지 않단다. 이것을 인정하지 않으면 너는 평생 '사필귀정'과 '인과응보'라는 그릇된 믿음의 덫에 걸리게 될지도 몰라. 울분을 삼키며 기다리고 기다리다 끝날지도 모를 일이지. 

아, '사필귀정'과 '인과응보'가 뭐냐고? 이제 초등학교 들어가니까 아마 사자 성어도 배우게 될 거야. 모든 일은 반드시 바른 길로 돌아간다는 뜻이지. 선을 행하면 선의 결과를 악을 행하면 벌을 받는다는 의미야. 

그건 당연한 얘기라고? 아들아, 안타깝지만 세상은  당연하지 않아. 그것을 인정해야만 한단다. 


그렇다고 악한 것을 일삼고 남의 것을 뺏으라는 것은 아니다. 그건 인간으로서의 기본을 저버리는 것이니까.


아빠가 하고 싶은 말은 너의 노력은 인정받지 못할 수 있고 너의 꿈은 꺾일 수 도 있고 생각만큼 부자가 되지 못할 수 도 있다는 거야. 물론 반대의 가능성도 열려 있으니 낙심하지는 말거라.


그래, 의아한 표정 이해가 간다. 아빠도 이런 사실을 알기까지 오랜 세월이 걸렸으니까.



우리 준이 유치원 열매반이지?

자, 열매반에서 친구들하고 게임 하나를 할 거야.


동전을 던져서 앞면이 10번 나올 때마다 너는 사탕을 한 개 받을 수 있어. 동전을 던지는 횟수는 상관없어. 이 게임할래?



너는 사탕 몇 개 받고 싶어?

한 개면 충분하다고? 그래 좋아.

자, 그럼 시작해 보자.


너는 30번을 던져서 사탕을 받았어. 그런데 어떤 친구는 15번 만에 사탕을 받는 친구도 있을 거야. 어떤 친구는 네가 사탕 1개 받을 때 벌써 2개를 들고 있는 친구도 있을 수 있지. 너의 손에는 이미 네가 원하던 사탕 1개가 쥐어져 있는데도 억울하다는 생각이 들 거야. 너는 30번이나 던졌는데 누구는 15번 만에 사탕을 얻었으니 말이야. 너는 이제 사탕도 먹고 싶지 않고 울고 싶을지도 몰라.

심지어 어떤 친구는 아예 등원할 때부터 사탕을 물고 온 애도 있을 거야. 동전 던지는 너희 앞에서 사탕을 할짝거리고 있겠지. 어떤 친구는 손에 사탕 하나 없이 50번째 동전을 던지고 있을 수 도 있고 어떤 친구는 동전 앞면 나오는 법을 발견했다며 네 사탕을 주면 가르쳐 주겠다고 하는 친구도 생길 거야. 친구의 사탕을 뺏어도 혼나지 않는 친구도 있을 거다.


이건 아주 단순한 게임이었어. 동전 앞면이 10번 나오면 네가 원하는 사탕 1개를 얻는 게임이야. 그런데 그 결과는 공정해 보이지 않았어. 친구들마다 동전을 던졌던 횟수가 다르니까. 노력의 정도가 달라 보이니까. 노력의 정도가 다른데 결과는 같거나 더 나아 보이니까. 너의 마음은 힘들어질 거야. 게임을 더 하기 싫어질 수도 있지.


아들아, 그런데 말이야. 중요한 것은 그게 아니야. 너는 앞면이 10번 나올 때까지 꾸준히 동전을 던졌잖니. 동전 앞면이 나오건 뒷면이 나오건 괘념치 않고 너는 다음 동전을 던졌잖아. 앞면이 나오게 해달라고 기도하며 시간 끌지도 않았지. 그리고 결국 네가 원하는 만큼의 사탕을 얻었잖니. 아빠는 네가 포기하지 않고 동전을 던지는 모습이 너무 대견하고 멋있었단다.


이 게임 이름이 뭐냐고?
인생 게임.


아들아, 앞으로 너는 전혀 공정해 보이지 않는 세상을 살게 될 거야. 그 세상을 불평하는데 너의 소중한 시간과 에너지를 허비하지 마렴. 중요한 것은 네가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아는 것과 너 자신에 대한 믿음뿐이란다. 공정한 것은 오직 네 안에 있을 뿐이지.


아빠는 언제나 네가 행복하기를 바래. 그리고 너만의 그 여정을 응원할께. 너무 너무 사랑한다. 우리 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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