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했던 사람들이 하나둘씩 떠났다.
그리고 각자의 자리에서,
놀랍도록 성장하고
멋지게 자리를 잡아갔다.
더 좋은 조건, 더 멋진 직함, 더 넓은 무대.
처음에는 그들의 앞날이 반가웠다.
곧이어 부러움이 밀려왔고,
시간이 지날수록 마음이 조용히 저려왔다.
같은 출발선에 있던 사람들.
때로는 나보다 더 느리게 출발했던 사람들.
같은 고민을 나눴고,
같은 회의실에서 밤을 새우기도 했다.
그랬던 사람들이 이제는
나보다 훨씬 멀리가 있는 듯 보였다.
나는 여전히 이곳에서
불안한 조직의 틈새를 메우고,
무너질 듯한 균형을 붙잡으며,
사라진 사람들의 자리를 조용히 감당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해야만 했던 일들.
하지만 누구도 알아주지 않는 일들.
때로는 그게 자랑스럽기도 했지만,
어느 날은 문득 초라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왜 아직도 나는 제자리일까.
마음 한구석이 쓱 베이는 기분이었다.
그게 지속된 선택이었는지,
아니면 애초에 선택지조차 없었던 건지.
그 경계가 흐릿해진다.
스스로를 다그치다 말고
애써 다독이기도 하며
결국은 또 다음 날의 업무를 맞이한다.
그렇게 몇 번의 계절을 넘기고 나니
나는 여기에, 여전히 그대로였다.
요즘은 성장을 ‘이동’으로 정의하는 시대라
제자리에 머문다는 건
곧 정체로 해석되기 쉽다.
그 말이 틀리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가 없더라도
그 자리가 잠시 어수선할 수는 있겠지만
결국은 큰 문제 없이 돌아갈 거라는 걸 안다.
그렇지만,
내가 그 자리에 남아 있다면
누군가는 그 틈에서
숨을 한 번 돌릴 수 있을지도 모른다.
잠시 기대어 갈 수 있는,
작지만 단단한 어깨 하나쯤으로.
그 역할의 담당은
나였던 걸로,
그냥 그렇게 정리하기로 했다.
선명한 목표를 향해 달리는 사람이 아니라,
불확실한 상황 속에서도
일상의 흐름을 이어가는 사람.
그게 더 멋지다는 말은 아니다.
그저, 그런 방식의 존재도 필요하다고 믿는다.
그래서 오늘도 이 자리에서 하루를 보낸다.
조금은 씁쓸하지만,
어느 정도는 납득한 마음으로.
그리고 아주 조금은
스스로를 괜찮은 사람이라고 믿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