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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길

#1

걸을 수 있어서 참 행복해.
혼자 술을 마시는 것보다
생각난 단어들을 불빛 맞춰 나열하고
머리 위에 올려놓는 것이 얼마나 내게 절실한 일인가 말이야.
누군가 함께 걷고 싶은 마음이 들 때, 당신의 마음 보폭에 맞추지 못하면 어쩌지.
항상 같은 사진을 찍어두면 그 시선을 함께 할 수 있을까.
부질없다 생각하고는 한동안 물빛을 바라보다
다시 걸음을 옮기네.
집으로 가는 길 마음이 고요해
덜컹거리는 버스에 몸을 실었건만 위로보다는
꿈을 바라볼 수 있어 좋은 것 같아.
현관문을 열면 우리 물빛이 가 나를 바라보고 있을 거야.
그 선한 눈망울 그리곤 밤을 청할 거야.
살을 부비며 눈을 맞추며 말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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