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일의 기록

만남

아침이 가득한 휴일이었다.
널어놓은 빨래 중에 가장 좋아하는 하늘색 남방을 다려 보았다.
여유의 시간을 내가 좋아하는 곳의 순서대로 나열해보기는 꽤 오랜만이었다.

그 신촌의 헌책방에 서면 난 책을 보지 않는다.
본연의 발톱을 감춰둔 늑대처럼 오래전 누군가 맡겨놓은 엘피판들에 마음을 빼앗겨 넋을 놓고는 외로운 울음소리로 한 번씩 탄성 지으며 ‘보물찾기’ 삼매경에 빠지곤 한다.
한 시간쯤 지나서야 나는 책들로 시선을 옮겼다.
그토록 허술한 독서가 있겠냐마는 언뜻 반짝이는 문장들로 가득해 보이는 헤르만 헤세의 ‘정원 일의 즐거움’ 세 권을 손에 움켜쥐고 사진을 찍었다.
그 움켜쥔 손이 결코 자유롭지 않았다.

그리고 정해진 약속 장소로 향했다.

그날 허술했던 나의 마음으로 구입한 세 권의 책과, 인우의 마음과 같은 음식과, 경빈 형의 끓는 가슴으로 나는 밤을 지새웠나 보다.

얼마나 가슴에 남았는지 쉽게 그려지지가 않았다.
크게 고민했는데, 이렇게 밖에 못 적고 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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