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지볶음

여름날

그리 늦지 않은 퇴근길엔 다음날 아침 찬거리를 사기 위해 장을 보곤 한다.
며칠 전부터 생각난 삼겹살을 집어 들고는 이내 내려놓았다.
집에서 삼겹살을 구우는 향을 내었다간 엄마가 문을 닫고 방으로 숨고 말 테니까.
그리고는 자연스레 생선코너 쪽으로 향한다. 마침 엄마가 좋아하는 낙지가 할인을 한 가격으로 놓여있다. 장바구니에 넣고선 집으로 향한다.
자기 전에 어떤 식으로 조리할지 생각을 해보았다.
여러 생각들을 그리고 지우고 채우다가 잠이 들었다.
아침에 눈을 뜨니 6시가 못되었다.
엄마의 인기척이 들렸다, 요즘 엄마는 아침에 항상 산으로 향하신다.
거실에 앉아 음악을 들으며 엄마를 기다렸다.
돌아온 엄마와 호수에 갔지만, 호우 때문인지 입장하지 말라는 표시선이 붉게 묶여있다
아쉬움을 안고 집으로 돌아와 요리를 시작했다.
낙지는 밀가루로 충분히 세척 후 파뿌리를 삶아낸 물에 아주 약간 데쳤다.
그리고 우리가 대부분 생각하는 빨간 양념장을 만들고
꽈리고추와 양파를 빠르게 볶아냈다. 숨이 죽기 전에 간장을 넣어 풍미를 더하고 불을 줄였다.
양념장을 같이 팬에 넣고 조금 볶아주다가, 낙지를 삶아뒀던 육수를 넣어 자박하게 끓여주었다.
데쳐 논 낙지는 알맞게 썰어내 팬에 넣어주고 섞어놓기만 하고 불은 꺼두었다.
그릇에 싹싹 덜어 넣고 낙지에 양념이 베어 들게 3분 정도 뜸을 들였다.
엄마는 산에 가기 전 제주에서 사 온 차조를 넣어 차조밥을 앉혀놓고 가셨다.
자박한 국물에 낙지를 올려 밥과 같이 한수저 가득 넣으니 엄마와 나눈 아침이 더 행복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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