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등학교 1학년 아들 뉴뉴와 둘이 저녁을 먹으려고 생선을 열심히 바르고 있었다.
회사를 다니고 있는 나는 내가 직접 밥을 차려먹진 못하고, 이모님이 싹 차려주신 저녁상에 나는 손만 씻고 낼름 앉아서 먹기만 하면 된다. 메뉴는 이모님이 알아서 마음대로 차려주시기에 그날 저녁 내가 뭘 먹을지는 저녁상에 마주 앉을 때쯤 알 수 있다.
이날 저녁은 마산에서 우리 할머니가 보내준 부세 조기구이였다. 그런데 생선 자체에도 간이 되어있었는데
이모님이 모르고 소금을 더 치신건지 아니면 원래 간이엄청 센 건지 먹음직스러운 비주얼과는 다르게
너무 짜서 한입도 먹기 어려운 상태로 구워져 있었다.
나: 아이고 뉴뉴야 생선이 너무 짜네?
뉴뉴: 그러니까. 너무 짜서 뉴뉴 못 먹겠어.
나: 맛있는 생선인데.. 너무 아깝다 ㅠㅠ
아무래도 간이 되어있는 거에
이모가 또 모르고 소금을 치신 거 같애
내일 오시면 한번 여쭤봐야겠다.
뉴뉴: 그게 아니고
생선이 늙은 거 아닐까?
나: 왜 생선이 늙어?
내가 희한하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 이유를 되물었다.
뉴뉴: 물고기가 바다에 살잖아~
그런데 바닷물은 엄청 짜잖아?
물고기는 아가미가 있어서
물을 삼켜서 숨을 쉬는데
그럼 이 물고기는 짠 바닷물을
오래오래 많이 먹어가지구
몸이 계속 계속 짜진 거 같은데?
완전 논리적이었다.
이것은 뭐 반박의 여지가 없었다.
바닷물이 짠 것도 알고,
생선은 물을 삼켜서 숨을 아가미로 쉬는 것도 알고.
의심의 여지가 없는 논리다.
나: 와 맞네... 늙은 생선이었구나...
나와 뉴뉴는 그날 졸지에 늙은 생선 두 마리를 먹었다.
생선들이 그냥 먹기에는 도저히 너무 짜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다가,
살만 모두 모두 발라서 뜨거운 물 한 사발을 떠놓고
생선살을 모두 그 뜨거운 물에 담궜다.
생선살 원형을 유지한 채로 그냥 두면 그 짠기가 잘 안 빠졌다.
그래서 숟가락으로 살들을 으개놓고 좀 기다리니
염분이 생선살에서 좀 빠져서 물로 들어가면서
생선살을 건져 먹으면 간이 좀 맞아졌다.
그 과정에서 정말 희한하게도 아무맛 없던 그 맹물은
부세조기의 짭조름함과 생선기름이 녹아들어가 그런지 정말 감칠맛이 넘치는 생선국맛이 되어있었다.
짠기 빠진 생선은 모아 모아서 뉴뉴입에 넣어주고
나는 나도 모르게 그 뜨겁고 맛있는 국물을 한 숟가락씩 떠먹으면서 어흐~ 시원하네 소리를 냈다.
정신 차려보니 무슨 짓을 한 거지.
생선만 발라서 아들입에 넣어준 게 아니고
생선의 염분까지 발라서 아들 입에 넣어주고
나는 생선이 목욕했단 소금물만 쪽 빨아먹었다.
이거 원 자린고비가 울고 갈 저녁이었네.
늙은 생선, 자네 다음에도 만나면 이렇게 먹어줄꺼야.
몸 사리고 오시게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