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들이 해주는 따스한 한마디
7살짜리 아들이 많이 아팠다.
40도 열이 해열제를 먹어도 잘 떨어지지 않아서
병원에 급히 가서 검사를 해보았더니 독감이었다.
타미플루를 먹을지
페라미플루로 수액 형태로 맞을지
병원에서 결정하라는데 7살 아들은
아직 주사를 너무 무서워해서
할 수 없이 5일간 먹어야 하는 타미플루로
받아왔다.
밥도 잘 못 먹고 축 늘어져 있는
7살 작은 사람을 보자니 마음이 아팠다.
수능날 출근 시간이 미뤄진 덕분에
병원이라도 내가 데려가서 다행이었지만
힘들어하는 아이를 생각하면
회사에서도 마음이 놓이질 않았다.
그나마 퇴근해서라도 옆에 꼭 붙어서
밤새 이마를 짚어주고 약 먹이고
열이 나서 그런지 발이 이상하다
발가락을 당겨줘라 하면 발바닥 주물러주고
온갖 팔다리를 계속 주물러 주었다.
열이 많이 나서 그런지 거의 밤새도록
내내 4시간마다 한 번씩
벌떡 일어나 앉아서 힘들다고 울었다.
불쌍하고 짠한 마음에 힘든지도 모르고
며칠 밤을 그렇게 둘이 같이 잠을 설쳤다.
그리고 드디어 오늘 아침
타미플루 약이 효과를 내는지
열이 잡혔고,
평화로워진 아들을 안 깨우고 마냥 잘 수 있도록
침대는 따뜻하고 방안은 시원하게 했다.
언제까지 잘 수 있을까,
조용히 두고 보았더니
토요일 오후 1시 40분쯤 넘어서 들려오는
귀엽고 힘찬 목소리.
엄마!!!!!!!!!!!
종종걸음으로 달려가서 등부터 부드럽게
감싸 안고 누웠더니 작은 사람이
눈도 안 뜨고 행복한 미소 지으며 나에게 말해주길
'엄마는 이 세상이야!'
달콤하게 말해준다.
엄마는 이 세상이라니..
그보다 더 포근하고 행복하고 벅찬 말이 있을까.
엄마는 이 세상이야..
며칠간 잠도 잘 못 자고 (머리도 못 감고)
좀비처럼 회사 집을 오갔지만
그 예쁜 말 한마디에 피로가 정말 싹 녹는다.
아이를 키우다 보면 마음이 힘들 때도 있고 이번처럼 몸이 힘들 때도 있지만 그 힘든 것은 아이가 주는 작은 미소, 작은 포옹, 작은 뽀뽀 한 번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는 것 같다.
나의 예쁜 아들 둘이 내 세상에 없었더라면
이런 종류의 달콤한 행복은 알 수 없었겠지.
내 젊음을 내어 준 대가로 아이들이 쑥쑥 크네 생각했었지만, 사실 애들이 있건 없건 나는 늙어갔을 테고 그렇게 생각하면 어차피 늙어 없어질 몸 아이들이라도 낳아서 만나길 정말 잘했지 싶다.
정말 잘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