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문득
회사에 앉아있다가 보면
문득문득 집에 있는 우리 강아지가 생각난다.
요즘 우리 강아지는 부쩍 커서
밤이면 침대 위로 올라오고
자기 마음에 드는 자리를 찾아서 잔다.
남편은 강아지가 침대 위에서 자는 걸 싫어하고
나는 좋아한다는 걸 강아지도 너무 잘 알아서
강아지는 보통은 내 다리 사이 위 이불이나
발치에서 자곤 하는데
요즘은 강아지가 내 베개를 베는 맛이 들린 것 같다.
나는 자다가 강아지털이 코에 쑤시면 간지럽고
또 강아지 엉덩이를 내 얼굴에 대고 자는 건 찝찝해서
머리 위에 있으면 번쩍 들어 다리 쪽이나 품 안으로 두긴 하는데
어젯밤은 강아지랑 나랑 사이좋게 베개를
밤새 같이 베고 잔 것 같다.
눈을 떠보니 흰 강아지가
아주 세상에서 제일 편안한 얼굴로
내 눈앞에서 흰 베개와 이불속에 푹 파묻혀 자고 있다.
아오 귀여워...
어떻게 온몸에 이렇게 보드라운 털이 길게 난
생명체가 있을 수 있는 건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
왜 내가 어딜 가든 졸졸졸 따라오고
내가 샤워를 할 때도 굳이 왜 문 앞에 와서
꾸벅꾸벅 졸고 있는지 알 수 없는 우리 강아지.
건강에 안 좋을까 봐
거의 정해진 사료만 주지만
가끔 아들들이 사과를 먹을 때 한 조각 주면
누가 빼앗아 먹을까 봐 입에 물고 몰래
자기만의 공간으로 가서 먹는 것도 너무 하찮고 귀엽다
(니 개밥 안 뺏어 먹는데..)
개라는 단어가 욕으로 치부되는 건
사실 부당한 부분이 좀 있다.
이렇게 귀엽고 사랑만 가득한 개인데
개새끼 개밥 개죽... 좀 그렇다.
애완견이라는 단어가 어쩌면 더 정확한 게 아닐까 싶다.
사랑하는 즐거움을 주는 개
좋아하여 가까이 두고 귀여워하며 기르는 개
사랑받고 귀여움 받으려고 태어난 생명체인 강아지.
자식은 완연한 어른이 되어 독립시키는 게 목표라
언젠간 나를 떠나가겠지만
강아지는 죽기 전까지 나를 떠나지 않을 것이다.
그러니 인생의 반려자 같이 요즘은 반려견이라는 단어를 쓰지만
어쨌든 아무리 생각해도 강아지는
숙제도 안 해도 되고 돈도 안 벌어도 되고
그냥 사랑받기 위해 태어난 사랑 그 자체인 것 같다.
나는 오늘도 우리 집에 있는 우리 강아지가
너무 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