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본 적도 없는데 질렸다
늘 책을 너무 내고 싶었다.
변호사시험을 준비하는 내내 정말
쓰기 시작만 하면 대박 날 것 같은 책 제목들이
줄줄 떠올랐고
노트 한구석에 찌그려둔 메모들은
알아보기 힘들어 그렇지
아이디어만은 대박 기획서라고 생각했다.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핑계는 많았다.
낳아둔 아기도 키워야 되고
키워둔 아기도 더 잘 키워야 되고
회사도 다녀야 되고
다니던 회사에서 처세도 해야 되고
승진이나 팀이동에도 신경 써야 하고
그 와중에 재테크도 해야 하고
집도 사고팔고 주식도 하고 코인도 하고
인터넷에 뜨는 쓸데없는 기사와 SNS도 봐야 하고
애들 학교와 학원도 신경 써야 하고
...
어느덧 나는 이제 별로
글이 쓰고 싶지 않아 졌다.
무슨 의미가 있나 싶은 마음이다.
누구에게 말로 설명하기 복잡한 그런 내 맘을
털어놓고 싶을 때면
열심히 칼을 갈듯 글을 쓸 때도 있었지만
한때는 먹고 싶은 것도 너무 많아서
전날부터 내일 뭐 먹을지 기대하던 날도 있건만
이제는 그렇게 먹고 싶은 것도 없고
쓰고 싶은 것도 없고 뛰고 싶지도 않고
그런 게 다 무슨 의미가 있나
의미 없는 것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든다.
누구에게 토로하고 싶은
복잡한 마음도 없고
강렬하게 원하는 것도 없고
그냥 다 무슨 의미가 있을까 그런 생각이 든다.
태어났으니까 열심히 사는 거겠지만
큰 의미는 없는 거 아닌가,
책을 누가 내준대도 싫고
(물론 내준다는 사람은 없다 ㅎ)
많은 것들이 부질없는 것 같다.
재미있는 책이나 하나 발견하면
따뜻한 나라에 가서 혼자 읽으면
좀 좋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