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신이 난무한다

등교길 출근길 전쟁

by 배지

아침 8시 정각

아들 둘을 깨우러 간다.


하루를 기분 좋게 시작했으면 해서

늘 조심조심 상냥한 목소리로 잘 잤어~?

부드러운 손길로 엉덩이를 토닥토닥해보는데

'그런 말 좀 하지 마'

눈도 안 뜬 열 살이 내뱉는 첫마디.


아침만 아니라면

야이놈아 엄마가 천사 같은 목소리로 웃으면서 잘 잤어~? 하는데

그런 말 좀 하지 말라니 요놈이 아주 그냥 그럼 야이놈아 일어나라!!

이렇게 쿵쾅쿵쾅 해줄까!!!! 퍼부었을 수도 있지만

꾸욱 한번 참아주고 못 들은 척


어서 일어나야지~ ^^

저번에 엄마가 먼저 갔다고 속상해했잖아~

지금 일어나야 아침 먹고 여유 있게 가지~


아 몰라 나 좀 안아줘 너무 졸려..라고

답하시는 분 다시 팔베개 한번 해주고

엉덩이 토닥토닥


어찌어찌 깨워서 애들 계란 한알 수박 한쪽 먹여서

나도 이제 옷 갈아입기 시작하면 그때부터 눈치게임이다.


1분 1초가 아쉬운 아침 엘리베이터를

누가 먼저 선점하느냐가 기저에 깔려있는데


옷 안 입고 널브러져 있는 10살에게 한마디 먼저 해준다.

어~? 엄마는 거의다 옷 입어가는데 먼저 가면 되나?

이러면 갑자기 후다닥닥 옷을 입는다.

그 사이에 나도 잽싸게 옷을 입고 유치원 가는

둘째 손을 잡고 어서 신발을 신고 나가보는데

둘째가 외친다. 마스크!!

마스크 마스크 허둥지둥 마스크까지 챙겨서

엘리베이터로 뛰쳐가보는데!!!


아오.

우리 집은 13층인데 이미

엘베는 10층, 첫째 놈은 온데간데 없다.


느리 적 거린것은 본인인데

정말 배신자처럼 내가 마스크 챙기는 그 1분은 안 기다려주고

칼같이 먼저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버렸다.

배신자.


둘째 유치원 버스 놓칠까 봐 내 마음은 동동


내일은 진짜 내가 먼저 엘리베이터 타고 내려가버릴 거야!!


아침마다 눈치와 계략과 술수와 배신이 난무하는 출근길을 지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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