페이크 태동

내 뱃속에는 아기가 없는데

by 배지

내 뱃속에는 아기가 없다.


이미 10년 전 6년 전에 두 아들이

생겨나고 뱃속에서 열 달을 살다가

자리를 비우고 나갔기 때문이다.


그런데 가끔 내 뱃속에서는

태동이 느껴질 때가 있다.

일명 (내가 이름 지어 보았는데) 고스트 태동이다.


꿀-렁

꿈-틀


뱃속에서 내 의자와는 상관없는

그 생명체가 움직이는 기분이

분명히 느껴진다.


아기일 가능성은 0%이고

아마도 점심때 먹은 음식이 소화되느라고

위장이 답답해하느라 한숨 쉬었을 것인데


내 몸에는

전에 아기가 뱃속에 있을 때

기억이 그 프로그램의 흔적이 남아있어서


오옷 이거 태동 같다며


텅 비어버린 아랫 배속을 차지하였던


아가들을 잠시 그리워하며

몇 초간 기억을 떠올리고 마는 것이다.


이미 키가 쑥 커버려서 팔 베개를 해주기도

금세 내 팔이 저려오는 커다란 어린이가 되어버린 아들이

잘 커주는 것이 대견하고 여전히 사랑스럽지만


내 뱃속에 있어서

너무 가까워서

만질 수 조차 볼 수 조차 없고

그 존재를 내 장기 근처 감각으로만 짐작했던

그 시절

사과 한 알 크기였던 아들은

평생 맘속에서 사랑스러운 감각으로 기억될 것 같다.


뱃속에서 꿀렁임이 느껴질 때마다

태동인가?

해보는 말도 안 되는 설렘을

끊임없이 느껴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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