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비

by 배지

퇴근을 하려 건물을 나섰는데

비바람이 몰아친다.


우산을 쓰고 있어도

바람과 함께 몰아치는 비는

피할 길이 없어

바지 밑단이 흠뻑 젖어버리고 만다.


버스를 내려 하늘을 올려다보는데

채도가 다른 먹구름들이

살아있는 짐승마냥

건물 사이사이를 빠르게 움직인다.


아.. 퇴사할까.


나의 벗 S가

어느 번개가 치던날 나에게 전화를 걸어서

문득 했던 말이 잊혀지질 않는다.

'있잖아 번개가 번쩍 치는데

퇴사를 해야겠다는 결심이 들었어'


그리고 S는 퇴직은 안 했지만

퇴직을 고민해보는 휴직을 하였다.


그날 이후로 나도

번개가 치거나 아니면

천둥 번개는 없어도 회색 날씨에

잔뜩 찌푸린 비 내리는 날이면


퇴사해야 하나 생각이 그냥 든다.



오늘자 회사 승진 인사에

나의 입사 동기들은 승진을 했지만

나는 여전히 로스쿨을 다녀왔다는 이유만으로

2-3년 아래 후배들과 나란히

이름을 올리고 있다.



승진 그거 뭐라고.






아. 나도 퇴사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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