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새 일이 너무 재미있다.
답을 내기 위해서
모르던 분야를 찾고 찾고 찾고 찾아 들어가다 보면
서서히 내 머릿속에 그려지는
정답의 형체가 스멀스멀 느껴지는데
그때 그 뭉텅이를 한 손으로 꽉 잡아서
다른 한 손에 조각칼을 들고
섬세하게 명민하게
샤샤샥 샥샥 조각해나가면
너무나 내 맘에 드는
멋있는 결과물이 구체적으로 보이고
마지막 한 자 한 자 문구를 골라가며
그 뜻을 잘 전달할 문장을 쓰다 보면
소중한 내 새끼
마지막까지 먼지 앉은 곳은 없는지
입으로 후후 불어서
그 자문이 가야 할 곳으로
소중하게 Send 버튼 눌러서
이메일 전자 신호로
띄워 보내게 된다.
얘야 부디 쓸모가 있으려무나!! 기원하며..
그래서 내 이메일은
안녕하세요?라는 평범한 문구로 시작하지만
행간에는 내가 널 위해 소중한 것을 만들어봤는데
도움이 되면 좋겠다 라는 마음들이 녹아있다.
회사에서는 감성팔이 할 수 없으니
^^ 이런 거나 :) 이런 거나 ~~~♥이런 것은
업무 메일에 넣을 일 없지만
꼭 딸 시집보내는 엄마 마음 마냥
오구오구 내가 더 해줄 건 없었나?
잘 살아야 할 텐데..
이런 따스한 마음들이
몰래 이메일 사이사이에
늘 보태져 버린단 말이다.
내가 한 회사를 13년 다니면서
요새처럼 일에 대한 사랑이 넘치는 날이
올 줄은 정말 몰랐다.
재택근무를 하다 보니
애둘에 치이지 않을 수 있는
안온함을 주는 회사의 고마움을
알게 된 시점이라 그런 건지
아니면 10년 전 로스쿨을 입학할 때
그 설레었던 마음이
10주년 기념으로 다시금 찾아온 건지
처음엔 조금 관심이 있는 정도였는데
상대방이 나를 엄청나게 안 받아주고 튕겨대서
겨우 이제야 내 맘을 받아준 녀석에게
밀땅에서 완벽하게 패배해서
일이란 놈을 사랑하게까지 되어버린 건지
원인은 모르겠지만...
신입사원 시절만큼의
예쁨이나 싱그러움은 없어도
(피부는 거칠고 이마에 주름 팍팍 있어도)
일에 대한 사랑과 열정만큼은
더 커진 13년 차 직장인으로
살아갈 줄은 정말 나는 꿈에도 몰랐다.
대체 20년 차에는
어떤 마음으로 일이란 녀석을
대하며 살아가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