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전 시간,
초등학생들이 잔뜩 무리 지어 등교하는
학교 정문에서는
사랑이 아주 난무하다.
사랑이 발에 채일정도로 너무나 많다.
그 시간 그 무렵에는 거기 원래 있던 작은
조약돌에도 사랑이 묻어있을 지경이다.
일단 교장선생님이 3초에 한 번씩
아이들을 맞이하면서 "사랑합니다~! 사랑합니다~!"
외치시고 거기에
손가락 하트도 잊지 않고 계속 날려주신다.
애들도 잠이 덜 깬 부스스한 얼굴, 까치집 머리로
꾸벅 인사를 하며 마스크 속에서
사랑합니다 ~ 대충 사랑을 뱉고 교문을 지나 들어간다.
헤어지기 직전까지 잡고 있던 손에서도
사랑이 고여있고
귓속에 아주 작은 목소리로 사랑해 잘다녀와 했던
내 입속과 아이의 귓바퀴에도 사랑이 적셔져 있다.
무엇보다 진한 사랑은
거기 정문에 서서 학교에 뚜벅뚜벅 들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지켜보는 아빠 엄마들의 사랑
아이가 저학년일수록 그 눈에서 떨어지는
사랑꿀의 크기가 비례적으로 증가하는데
아이가 저 멀리 혼자 가방을 메고 들어가는 모습이
보이지 않을 때까지
부모들이 똑똑 떨어뜨리는
눈에서 나오는 그 사랑들의 양이 정말 어마어마하다.
사랑이 빗물이었다면
8:45 경의 초등학교 정문에서는
순식간에 빗물이 강물 되고 바닷물 되어
도로 침수 아파트 침수 대교 침수 일으키고도 남을 양이되니
과도한 양이 공급되어버린 사랑은
수요와 공급에 따라서 그 가치가 아주
흔해 빠진 보도 블록들처럼 바닥에 쫙 깔렸다가
9시가 되며 교문이 닫히면
순식간에 흔적도 없다.
다시 도도하고 고결한 사랑의 가치로 원위치
누가 언제 무슨 사랑을 어디서...
고요한 운동장에는 모래만 바작바작 남아있다.
그래도 닫힌 교문 틈 사이로 끼워 넣은
엄마가 뒤늦게 가져다준 물병 하나에는
귀여운 사랑 조각 하나 남아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