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불을 달빛에 턴다

by 배지


검은 밤 말고는

아무도 없는 옥상에서

이불을 달빛에 턴다


불나방 같은 먼지가

사오정의 수다처럼 끝도 없다


보일 듯 말 듯 검푸른 하늘 사이로

잡힐 듯 말 듯 구름 속에 숨어버리는

달을 찾아가며


손바닥으로 팡팡

주먹으로 팡팡

내 남자의 가슴 인양

그리웠던 품 인양

익숙한 내음을 찾아

손 주욱 펴

타닥타닥 팡팡팡


어느 사이 그리도 많은 먼지 조각들을

가슴 한가득 머금고 있었는지


은밀한 꿈을 지어낼 이불을 털기엔

햇빛은 너무도 뜨겁고 잔인하다


이불은 달빛으로

조용히 말린다


그렇게 이불을 말린 밤에는

밤을 한가득 덮고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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