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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배지 Nov 01. 2023

아보카도를 잘 먹는 방법

이것은 참 어려운 일


아보카도를 적기에 딱 맞춰 먹는 일이란

무척이나 어려운 일이다.


우선 주문할 때부터 한 알만 사기란 쉬운 일이 아니다. 아보카도는 보통 묶음으로 팔다 보니 아보카도를 살 때면 적어도 두 알, 대부분 네다섯 알을 사게 된다.


그럼 이제 그때부터

아보카도와의 눈치싸움이 시작된다.


아보카도를 초록색이고 딱딱할 때는 먹을 수가 없다. 일단 껍질도 잘 안까지고 씨도 잘 빠지지 않는다. 맛도 설익어 떫고 딱딱한 맛이라 그 상태의 아보카도는 아무리 으깨도 먹음직스러운 과카몰 될 수가 없다.


상온에 하루 이틀 두다 보면

녹색이었던 아보카도가 껍질이 적보라를 띄는 검은색으로 살짝 윤기를 내면서 변신을 하는데


바로 그때가 아보카도 후숙이 완벽히 된 적기다.

완벽한 순간에 아보카도를 집어들고, 반으로 촤라락 갈라서 칼 끝으로 씨를 툭 쏙! 빼내면

눈치게임 성공!

아주 완벽하게 잘 익은 아보카도를 만나게 된다.




후숙이 잘 된 아보카도는 어떻게 먹어도 맛있다.

어떻게 먹어도 맛있지만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먹기 방법들을 소개해보고 싶다.


첫 번째, 간장 찍어 김 싸 먹기


이 방법은 회를 좋아하는 사람이라면 더욱 좋아할 레시피다. 사실 너무 간단해서 레시피라고 까지 할 것도 없다. 아보카도 반쪽을 적당히 얇은 두께로 썬다음, 전체적으로 소금 후추를 살짝 두른 후, 한 조각 집어 진간장을 콕 찍고, 조미되지 않은 김에 싸서 먹는 방법이다. (조미김밖에 없다면 그것도 좋다)


아보카도는 지방이 풍부한 채소라서 간장을 찍어서 김을 싸 먹으면 꼭 연어회를 먹을 때의 진하고 고소한 풍미가 잘 어울리는 것처럼 맛이 훌륭하다. 고소함이 흘러넘칠 때 바사삭! 뜯어지는 김과 간장의 짭조름함이 느끼함을 방지해 준다. 무엇보다 채소로써 지방이 풍부한 맛은 생선 뱃살이나 고기 기름의 지방 맛에 비하면 훨씬 담백하다.


두 번째, 과카몰 만들어 먹기


전에 교환학생을 갔던 시절 한 프랑스 친구가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가는 과카몰을 만들 수 있다고 했었다. 끝내 그 과카몰을 먹어보진 못했지만 결국 다진 토마토, 다진 양파, 아보카도 그리고 레몬즙 소금 후추가 전부인 과카몰의 정체 역시도 맛의 비결은 아보카도의 후숙 여부가 아니었을까 싶다.


앞서 말한 그대로다. 과카몰 만들어서 사워크림과 함께 칩에 찍어먹으면 여기가 바로 멕시코다. 세뇨리~따!


세 번째, 아보카도 바나나 스무디


사실 이 레시피는 아보카도 입문자 용으로 적합하다. 부드럽고 달콤한 바나나를 싫어하기란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바나나의 주된 맛에 아보카도는 형체를 알 수 없고 그저 진한 고소한 풍미만 남기고 떠났으니 아보카도에 거부감이 있던 사람이라도 쉽게 즐길만한 음료가 된다. 우리 집 7살 꼬마도 좋아한다.


이 밖에도 사실 만능으로 활용 가능하다. 따뜻한 밥 위에 계란후라이를 올리고 아보카도 곁들여서 간장 참기름에 비벼 먹어도 훌륭하고, 명란과 아보카도를 함께 밥에 덮밥처럼 먹어도 맛난다.




글을 여기까지 쓰다 보니 매일 아보카도만 먹는 사람처럼 보일 수 있을 듯한데 사실 나는 아보카도를 좋아하지만 자주 못 먹는다. 후숙이 딱 되는 아보카도를 잘 만나기 어려워서 늘 반은 버리고 반만 건지다 보니 장 볼 때 손이 잘 안 가져서 그렇다.


내가 아주 돈이 많다면 집에 아보카도 후숙인을 두겠다. 그의 일은 후숙이 잘된 아보카도가 있는지 관찰해서 때가 되면 나에게 보고해 주는 것이다. 후숙 보고를 받으면 나는 그때부터 고민을 시작하겠지 오늘은 잘 익은 아보카도 한 알로 뭘 해 먹을까...


그렇지만 나는 아보카도 후숙인이 없으니 오늘쯤 배송시켜서 다시 아보카도와의 눈치게임을 시작해 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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