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1킬로미터야? 몇 걸음 오지도 않았는데. 이것 참 쉽구만 이거. 벌써 10%나 지난 거네? 시작이 반인데!
2km 숨이 가빠진다.
오 1킬로를 두 번쯤 온 거구나. 좀 힘든데 그래도 이 정도면 할만하네. 힘내봐야지.
3km쯤 위기가 온다.
아니 이제 겨우 3킬로라고? 나는 죽을 거 같은데? 미치겠구먼. 아무래도 5킬로만 뛰고 나는 그만둬야겠다. 5킬로까지만 갈 거니까 5킬로의 반은 지났어. 어후 3킬로가 어디야. 그래도 내 다리로 양화대교 차도를 걸어보겠네? 너무 신기하다. 쫌만 더 가면 5킬로니까 다 와간다. 좀만 더 가본다!
(사탕하나 입에 넣는다)
4km 다리가 무거워진다.
규칙적인 호흡법이고 뭐고 다리도 무겁고 신발도 무겁다. 그래도 5킬로까지는 1킬로도 안 남았네! 스스로를 가스라이팅 하며 끝나간다고 외쳐본다.
5km 급수대가 있더라.
5킬로 지점이 가까워지자 엄청나게 많은 사람들이 일회용 컵에 물을 다 따라놓고 파이팅! 힘내세요! 잘하고 있어요! 큰소리로 막 외쳐준다. 5킬로라고? 목말랐는데 일단 멋지게 뛰면서 (마라톤 선수처럼) 컵을 하나 휙 집어 들어서 입에 반 가슴팍에 반 달리면서 마셔주고
더 멋있는 포즈로 다 먹은 컵을 달리면서 휙 던져준다. (이게 중요하다)
내가 벌써 반이나 온 거구나. 그래도 이 정도면 해볼 만 한데?
그럼 될 때까지만 좀 만 더 달려본다!
시원한 물도 응원도 마셨겠다 좀 더 달린다.
6km 꼬마를 본다.
아빠와 함께 달리러 나온 1학년 정도 되는 꼬마가 눈에 들어온다. 아니 이런 작은 사람도 6킬로까지나 달린다고..?
아이에게 외친다. 와 진짜 멋있다!! 파이팅!!
그러면 꼬마도 감사합니다!! 파이팅!!
막 이런다. 파이팅을 외치며 멋지게 지나간 다음에 내년엔 우리 아들도 데려오고 싶다 생각한다.
다시 한번 파이팅!! 을 외쳐본다. 나 스스로에게.
7km 왜 이렇게 많이 남았어
아직도 3킬로나 남았다니. 자 그래도 7키로면 전체의 70프로나 뛴 거야. 1킬로만 더 가면 8킬로...
(사탕 하나 더 까먹는다)
8km 아악! 반올림하면 10킬로야!!
비도 오고 무릎도 아프고 다리는 무겁고...
물웅덩이를 피할 힘도 없어서 그냥 물웅덩이를 철벅철벅 뛴다. 말이 뛰는 거지 뛰는 포즈와 리듬으로 걷는 것과 같은 속도로 간다. 아무 생각이 없다.
모르는 사람이 나를 보며 파이팅!!! 외쳐주는 눈빛과 목소리에 큰 위안이 된다. 이빨을 꽉 깨문다.
9km 정말 9km라고??
9라는 숫자. 까딱 넘어가면 바로 10이 돼버릴 이 9라는 숫자. 그리고 아주 저 멀리에 끝을 알려주는 종착지 대문이 보인다. 갑자기 눈물이 솟구친다. 아니 내가 정말 10km를 거의 다 달려온 거구나. 근데 풀코스 뛰는 사람도 있는데 너무 쪽팔려서 눈물을 찍 빗물인척 찍어 누른다.
10km 사랑하는 남편 그리고 아들
여보!! 엄마!!
새벽부터 출발지점에 차로 데려다주고 도착 지점에 서서 나를 한 시간이나 비 맞으며 기다려준 사람들. 황형조처럼 대단한 것도 아니건만 정말 이걸 뛰어내다니 대단하다고 손뼉 쳐준다.
얼떨결에 10킬로를 1시간 10분에 뛰어냈다.
초보자의 완주 비법을 요약하자면 계속 남은 거리를 반으로 쪼개서 올림을 생각하며 거의 다 왔다 거의 다 왔다 이렇게 스스로를 조금씩 속여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