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_ 영원이 새긴 사랑
가끔 바보 같이 소망한다.
우리집이 우리집이 아니길.
내가 내가 아니길.
나 자신, 우리집이 싫고 부끄러운, 마음의 사춘기.
그러나, 이제는 그냥.
'-이다'.
우리집은 우리집.
나는 나.
집으로 돌아오는 길.
발견된, 바닥에 새긴 사랑.
아무도 모르는 사이,
여기 존재하지 않을 때부터 시작도 끝도 없이
모든 시공간과 존재들이 하나로 엮어낸 사랑.
그 무한성을 어떻게 다 상상할 수 있는가.
그 시작과 끝을 탐구하는 고고학자를 자처하나 도달할 수 없다.
누군가 모든 것을 갈아 엎는다.
누구는 아스팔트를 깔고 뜨거운 불기운으로 덮는다.
누가 하얀 페인트칠을 하고 그 위에 노란 페인트를 덧칠한다.
누군가 잘 마를 때까지 흠이 남지 않게 울타리를 치거나 다 마르고 나서 걷어낸다.
누군 브레이크를 밟는다. 멈춘다.
누가 악셀러레이터을 밟거나 큰 보폭으로 지나간다.
누군가 그 위에 서 있거나 걷거나 뛴다.
누구는 기어가거나 스쳐 지나간다.
가끔은 송충이, 지렁이, 강아지와 고양이가 다닌다.
때때로 큰 새가 날개 그늘을 드리운다.
종종 참새가 와서 흩뿌려진 과자 부스러기를 먹는다.
누군가 비를 뿌리고 바람을 불고 눈을 소복하게 쌓는다.
누군가 염화칼슘을 뿌린다. 누군가는 빗자루질을 한다.
누구는 햇빛을 비춘다. 누구는 햇빛가리개를 친다.
언젠가는 이 모든 것을 앗아가고 다시 새로 시작한다.
하나의 사랑을 새기는 동안, 그 모두는
기쁜가. 화가 나는가. 즐거운가. 웃는가.
아픈가. 우는가. 미워하는가. 부끄러운가. 사랑하는가.
아무도 모르는 사이 새긴 사랑.
어쩌면 발견하지 못할 수 있었는데
발견되다.
믿는다.
'-이다.'
모든 시공간은 '사랑'.
영혼의 사춘기가 제 갈 길 간다.
성큼성큼 걸음걸이에서 조금 큰 게 느껴진다.
마음의 키가 자라는가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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