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ear. Chair [운명, 천성이라며 참지말자. 힘들다 말하는 용기]
Dear. Our Chair.
의자야, 오늘 너에게 처음으로 편지를 쓰고 싶구나.
그런데 첫 편지가 마지막 편지가 될지도 몰라.
혹시 섭섭하더라도 너를 보내면서
너의 존재와 네가 얼마나 큰 도움을
우리에게 주었는지를 잊지 않을 거라는 기억해 주길 바란다.
네가 등을 삐끗하기 전까지만 해도 네 등이 떨어져나가기 전엔
한 번도 너에게 편지를 써야겠다는 생각은 해 본 적이 없어.
모든 사물이 살아 있다고 생각해 왔고 무생물인 사물도 생물처럼 대해야 한다고
이미 오래 전부터 생각하는 사람인데도 말이야.
네가 이렇게 운명을 다하기 직전에야 직전에서야 너에게 말을 걸어 보는구나.
너에게 귀를 기울이고 너의 얼굴을 가만히 들여다 보는구나.
운명을 다하기 직전까지 나와 우리 가족의 등을 지켜주고
우리의 엉덩이를 늘 받아 주어서 고마워.
가끔 우리는 가족이니까 그렇다 쳐도
네 위에서 방귀도 뀐 적도 있어.
미안하다, 고약한 냄새 풍겨서.
그래도 목욕하고 잘 씻고 나서 향기나는 피부로
네게 기대던 날들이 더 많음을 기억해 줘.
고맙다, 사랑한다
늘 우리의 엉덩이가 꽤 무거웠을텐데 견뎌주어서.
또 나는
너를 만난 지 아홉 달밖에 안 되긴 해.
하지만
내가 너를 처음 만나기 전에
이미 우리 아이들을 오랜 시간 동안 지켜 주어서 고마워.
이렇게 생각하곤 해.
네가 네가 말이야.
참다 참다 참다
사실 네 다리 연골이 흔들리기 시작한 건 몇 달이 되지.
그런데도 나는 너를 이제는 힘들게 하지 말아야지,
쉬게 해 주어야지 하고 생각을 못하였어.
항상 나를 대하듯 너를 대하였네.
그냥 흔들리면 흔들리는가 보다.
항상 내가 바쁘니까 내 위주로 생각했나 봐.
지난 몇 달동안 너를 만나
네 위에 앉아서 일도 하고
가족들이랑 대화도 나누고.
우리집 애들이랑 치킨도 먹고.
네 위에 앉아서 밥도 먹고.
오랫동안 친구랑 삼촌이랑 가족이랑 대화도 하고.
좋아하는 노래도 듣고 유투브 동영상도 보고
우리애들은 너를 깔고 앉아 화장도 하고 손톱에 물도 들이고
수다도 참 많이 떨었지.
그렇게 우리 가족이 오순도순 재미나게 지내는 동안
물론 우리도 시간이 가면서 아이들은 자라고
조금 더 나이를 먹지만
우리와 같이 너 또한 노쇠하였구나.
그런데 너의 노쇠함은
우리로 인함이니
네가 우리로 인해
얼마나 쇠약해지고 소진하였는지,
네가 흔들거린다는 느낌을 종종 받으면서도
심각하게 여기지는 못했어.
바쁘다는 핑계로 관심과 주의를 덜 기울였구나.
어디 너뿐이겠니.
사람들에게도 우리 가족들에게도
지인들에게도 동료, 친구들에게도
사는 게 뭔지
산다는 건 그런 건지
가끔 일이 터져야 소식을 전하고
대소사가 생겨야 연락을 하는 건지......
우리가 다 살기 바빠서
서로 얼마나 힘든지 돌아보고 들어보고
들어줄 시공간이 절대적으로 아니
혹은 상대적으로 부족하였어.
산다는 게, 참 그래.
네가 이렇게 등이 나가도록 살아내는 동안.
참 많은 일이 있었다.
이 집에 와서도 쉬는 날과
일 나가기 전에도 밤에 퇴근하고 와서도 그저 쓰러져 버리고
일을 그만두고 나서도 완전히 100일 가까이를 누워만 있었네.
그러니 너같은 의자가 골로 가는지 마는지 가끔 느낌 오면 그런가 보다 하고
그냥 산 송장처럼 누워 있었단다.
그런데 이제 좀 정신이 드니 주위가 보이기 시작하는구나.
물론 네 상태가 이렇게 심각하다는 건
네가 등받이가 다 나가도록 표현을 해 주어서 안 거지.
안 그랬으면 몰랐을 거야.
매일 보고 매일 앉는 너인데도 이렇게 무심할 수가 없다.
미안하다는 말밖에는 해 줄 말이 없구나.
그래, 여기까지 의자 노릇하느라 애썼다.
그래, 여기까지 잘 왔다. 잘 버티고 견디었다.
참 잘 살아 온 거야. [Feat. 소통 전문가 김창옥]
사람이 앉아 있을 수 있도록 돕는 것이 의자가 하는 일이다.
+
의자가 드디어 하늘 나라로 소천 직전이다.
사람으로 치면
이제 잘 걷지도 못하고 거동도 못하고 요양 병원행 직전.
우리집 가장 좋은 의자.
이제 수명을 다한 것이다.
의자도 수명을 다하는 때가 있는 것이다.
언젠가 나도 이 세상을 떠나야 하는 때가 온다.
안녕, 너와 작별할 때가 온 거구나.
너와 '안녕'하면서
타인에게는 '의자'처럼 살아온 나에게
"Bye"
한다.
그동안 '의자'처럼 살아오느라 애썼다.
고마, 마이 무어따, 아이가.
고마 해라. [Feat. 영화 <<친구>>]
며칠 전에 사랑의 장기 기증 운동 본부에서
장기 기증 등록 카드를 받았다.
다 주고 가리라.
어서 가족들에게도 알려 주어야 한다.
의자가 이제 다리도 흔들린다.
조금 더 있으면 의자의 연골도 다 나가리라.
그래서 마지막 인사를 앞둔
운명에 놓이다.
그와 동시에
이제 길에 다니면서 열심히
누가 내다 놓은 쓸 만한 의자가 없는지 살펴야겠다.
기존의 의자와는 작별이지만
이 의자와 헤어진다 해도
내 삶과 이별할 수는 없으니,
삶은 계속 해야 하니
[Feat. <<Life goes on>> By BTS]
Next Chair를 어서 물색해야 한다.
작별을 고하며 감상에 젖는 것도 잠시 뿐.
다른 의자를 곧 맞이해야 하는 것이
인지상정이다.
안 그래도 한 달 전부터 앉으면 흔들거리기까지 해서 불안하다.
오늘은 드디어 등받이가 뒤로 쑥 빠진다.
어떻게 끼워지기는 하는데 얼른 의자를 제 갈 길로 놓아주어야 한다는 마음이 든다.
어쩌면 나는 지금까지 다른 사람들 위주로 살아 왔다.
의자처럼
누군가의 대나무밭이 되자는 모토로 살아온 나날.
어쩌면 대나무밭을 더 활성화시키려는 일에 난 더 매진하게 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의자처럼 산 삶은 과연 나를 위한 삶이었던가.
남 위해 사는 남 편하게 앉아 있게 해 주는 의자 같은 사람은 이제 그만 되기로 한다.
예전에는 정말 편하고 누구나 기댈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었다.
세상을 구원하려던 메시아 신드롬. 그런 걸 앓았나 보다.
바보다. 세상 천지 찐 바보.
그래도 의자처럼 산 것 중 좋은 것 하나는 타인의 이야기를 잘 들어준 것이다.
그래서 거절을 잘 못해서 일이란 일은 안팎으로 다 맡은 적도 많다.
그리고 타인의 무게
무례함, 가혹함, 억압, 억누름, 때로는 학교나 회사에서 괴롭힘도 참고 의자처럼 그 무게를 견디고만 살아온 거다.
그런데 때로는 타인에게 의자 / 대나무밭이 되어 주지 못하여
그래서일까. 10년 전. 서른살에 바로 번아웃이 왔다.
그리고 서른세살에는 신천지 친구를 멋모르고 [정말 내 친구가 신천지일 줄은 꿈에도 모름]
5월 한 달동안 따라다니다가 [사실 친구는 2010년 우리 어머니 소천 이후부터 계속 자기네 교회서 상담을 받으라고 하였다.
그래서 그때도 무슨 바람이 불어서인지 약 3년 거절하던 것에서 돌변하여
그 친구를 좇아다니다가
결국 마지막엔 친구가 신천지란 것을 알게 되었다.
그 사람은 내 친구 S는 절대 신천지가 아니라고 하였다. 친구는 끝까지
끝까지 거짓말을 하는 것.
그런 것.
그리고 친구가 그렇게 되기까지 도대체 나는 무엇을 해 온 것인가 하고 자괴감이 들었다.
친구에게 진짜 대나무밭이 의자가 되어 주지
심장, 폐가 약하거나 하면
정맥에 혈전이 쌓여 순환이 어려워 두뇌로까지 혈액 순환이 잘 되지 않는 병.
계속 되면 '하지정맥류'로 발전할 수 있다고 한다.
예방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야겠다.
7-8년 화병앓이와 약 100일 간의 번아웃이 몸에 여러 신호를 보내는 것이다.
그러나 이렇게 연약할 때에도
하늘의 도움으로 목숨을 부지해 왔다.
버티기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자.
살기 힘들 때 힘들다고 말하자.
꾸역꾸역 버티지 말자.
의자 다리처럼 흔들거려도 된다.
이제 더 이상 짓눌리는 무게를 견딜 수 없다면 흔들리자.
너덜너덜 대자.
의자의 연골이 너덜너덜 다 닳아
이제 흔들흔들 흔들린다. 흔들거린다.
이것이 의자의 끝은 아니다.
의자는 다시 먼지로 돌아갈 때까지
어디론가 가서 해체되고 다시 불쏘시개로 쓰일 수도 있다.
온 몸을 불에 태워 마지막 순간까지
자신을 불싸지르고 시공간을 충만하게 자기 희생으로 채울 것이다.
의자 등받이처럼 뒤로 나가 떨어져도 된다.
수선하던지 고치던지 아니면 아예 싹 버리고 갈아 버리면 된다.
갈아 엎어 버리면 된다.
아프다면 아프다고 말하자.
힘들다면 힘들다고 말하자.
우리 나라 남자들도 힘들다고 말할 수 있는 성향으로 컸으면 좋겠다.
안 되는 것을 부여잡고 끄렁 끄렁 둘레메고 엎고 가지 말자.
의자[椅子, chair] 는 등받이 팔걸이가 있는 의자.
클래식, 고전적인 의자, 높은 사람이 앉는 의자는 chair,
등받이, 팔걸이가 없는 의자는 stool
이라고 한다.
왜 힘들다고 말해야 하는데 '용기'가 필요한 사회.
그런 사이들만이 우리에게 가득 한가.
가족, 친구에게도 '힘들다'고 말하는 게 왜 어려울까.
가면을 쓰고 내일 '자살'하러 갈 거면서도 오늘은 멀쩡하게 일상 생활을 영위하고 웃는 걸까.
'괜찮아.' 'I am O.K okay' okey
라고만 하는 것이 좋은 것은 아님을
Tip. 명치 아플 때는 이렇게 해 보세요.
[Feat. 화병 전조 증상입니다.]
명치 아프다.
그럴 땐
명치와 가슴을 살살 문질 문질 문질러 준다.
가볍게 마사지를 한다.
그러다가 좀 더 힘을 주어 눌러 준다.
노래를 불러야 한다.
아니면 한바탕 소리를 질러야 한다.
힘들다고 말하는 것도 용기를 많이 내어야 하는 일이지.
그런데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그 말을 그저 들어주는 주위 가족, 친구, 동료들인 것 같아.
판단하지 않고 조언하지 않고
그냥 들어주는 것.
그래도 힘들다고 말하는 이도 영웅이지만
묵묵히 들어주는 사람들도 영웅이라는 마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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