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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빅토리아백 Feb 06. 2023

김밥과 국밥

먹고 일하고 자고, 먹고 일하고 자고, 지구에 사는 나는 문득문득 한숨이 나오고 가슴에 구멍이 뚫린 듯 시리도록 아프다. 사는데 꼭 거창한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살아갈 이유가 없어도 아침에 눈 떠지면 먹고 살아가는 것이다. 


아침에 눈뜨면 맨 먼저 드는 생각 '뭐 먹지?'이다.  밥상을 다 차려놓고 밥 먹자 부르는 소리가 제일 행복하다.

우리는 “밥 먹었어?”라고 만나는 사람에게 꼭 묻는다. 힘든 상황에 있는 사람에게 하는 말 "밥은 먹고 다니냐?" 한국 사람들은 상대방이 밥을 먹었는지 아닌지를 하루에도 몇 번씩 그렇게 궁금해한다. 


나는 빵을 좋아하지 않는다. 빵은 나에게 식사가 되지 않는다. 케이크이나 빵을 먹고 나면 다시 밥이 먹고 싶다. 배가 고플 때 빵을 먹고 싶다는 생각은 전혀 안 드는데 김밥과 국밥은 먹고 싶다는 생각이 자주 든다.


<평생스무살 나는 여전히 꿈꾼다>에서 동네 김밥집으로 20억을 번 글 쓰는 김밥 CEO님의 글에 "김밥집을 시작하게 된 계기가 그저 딸아이의 치료비와 하우스푸어로 빚더미에 안게 되면서부터라 생각했는데,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내 안 저 아래 어디선가 어릴 때 마른김 한 장에 김장 김치 한쪽 넣은 김밥을 싸주시던 엄마의 모습을 보고 자란 이유였을지 모르겠습니다."라는 글이다.


나 또한 이상하게 어릴 때부터 먹고 자랐던 그 음식 계속해서 찾게 된다. 어릴 때 소풍 갈 때 먹던 김밥, 엄마가 김 한 장씩 나눠주면 간장에 싸서 먹었던 그 맛이 그립다. 엄마가 끓여준 된장찌개 김치찌개나 매운탕은 내 속을 시원하게 풀어준다. 성인이 되어서도 식당에 가서 늘 먹던 한식을 주문하면 실패가 없다.


드라마 <일타스캔들> 최치열은 아무리 고급스러운 음식을 가져다주어도 먹지 못한다. 섭식장애로 고생하던 중 국가대표 반찬가게의 도시락을 먹으면서 눈물을 흘린다. 고시공부로 힘들 때 식당이모님이 해주시던  추억의 그 맛이었다. 이제 그 음식을 먹어야지만 소화가 되고 잠도 잘잔다.


인간세상의 그 어떤 위대한 일도 따뜻한 밥 한 그릇에서 시작된다. 세상을 살아야 할 거창한 이유가 없더라도 오늘 하루 밥 한 그릇으로 배를 채우고 하루를 시작한다. 오늘은 김밥과 국밥이 다시 먹고 싶어지는 날이다. 추억의 그 맛은 나에게는 늘 정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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