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씨의 불친절한 직장생활
"폭우에 산사태, 침수에 출근 자체가 위험한 일인데, 꼭 출근해야 할 일이 아니면 출근을 안 시켰으면 좋겠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어떻게든 출근은 해야 한다는 사명감이 투철한가 보다."
폭우가 내려서 크고 작은 피해가 발생한 다음날 아침, 여전히 비는 내리고 있었다.
아무래도 비 때문에 교통정체가 예상되어 평소보다 조금 일찍 출근길을 나선다.
보통 다니는 길이 있지만, 그래도 내비게이션의 실시간 안내를 받아 보기로 한다.
보통 다니는 길은 2시간 40분 소요되는 것으로 나온다.
헉! 보통 40분~50분 걸리는데, 왜 이렇게 오래 걸리는 거지?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내가 출퇴근길로 다니는 고속도로 구간이 산사태로 길이 통제된 상황이었다.
만약 평소와 마찬가지로 그 길로 들어섰다면, 꼼짝없이 오전을 길 위에서 보냈을 판이었다.
저녁에도 폭우가 쏟아질 것이라는 일기예보에 퇴근길을 재촉한다.
다행히 폭우가 내리기 전에 집에 도착했다.
문득 이런 의문이 생겼다.
'오늘 내가 회사에서 한 업무가 반드시 출근해야만 가능했던 업무였을까?'
'과연 내가 목숨을 걸어야 할 만큼 의미가 있는 출근이었을까?'
대통령도 늦게 출근했는데, 나도 상황을 좀 확인하고 안전한 것이 확인된 후에 좀 늦게 출근하면 안 되나?
내 생명과 안전보다 중요한 것은 세상에 없다.
가족의 안전도 중요하지만 내가 안전해야 그들의 안전도 보장되는 것이 아닐까?
국회의원들은 안전한 직장인의 출퇴근을 위해, '출퇴근 안전보장 제도'를 만들어야 한다.
'시간당 X.Xmm 이상의 폭우가 1시간 이상 지속된 그다음 날은 출근시간을 늦추거나 재택근무를 시킨다.'
당장은 실현 가능성이 낮겠지만, 그래도 최소한 출퇴근보다 사람의 목숨과 안전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은 상기시킬 필요는 있다.
비 오는 아침 출근길 운전대를 잡으며…
'아 더럽게 출근하기 싫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