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씨의 불친절한 직장생활
"여보세요?"
"어! 나야! 잘 지내지?"
오랜만에 연락을 준 사람들은 하나 같이 같은 질문을 한다.
단순히 안부를 묻고자 전화한 건가?
"아니 죽지 못해 살아."
"아직 까지 잘 버티고 있지."
"뭐 그럭저럭 잘 지내지."
보통은 단순히 안부만을 묻고자 오랜만에 연락을 해오는 경우는 없기에,
친분의 정도에 따라, 대충 이런 식으로 둘러 대고는, 용건을 묻는다.
대부분은 나의 안부가 궁금한 것이 아니라, 다른 것이 궁금해서 연락한 경우가 90% 정도 되는 것 같다.
얼마 전 오래 알고 지낸 친구에게서 연락이 왔다.
"잘 지내지?"
"뭐 대충…"
"얼마 전에 레이오프 했다던데, 이번에도 잘 버텼나 보다?"
"뭐 아직 인지도가 없어서 그런가? 짤릴만한 레벨이 아닌가… 어쨌든 잘 버티고 있지, 넌 진급했다며?"
"짤릴 날이 가까워지고 있는 거지…"
"난 아직 진급하려면 멀었다. 이러다 내가 너보다 더 오래 다니는 거 아닌가 몰라."
특별할 것도 없는 서로의 안부 이야기에 시간 가는 줄 몰랐다.
"야, 나 이제 미팅 들어가야 돼, 다음에 만나서 이야기하자."
보통은 만남으로 이어지기까지 시간이 좀 걸리기는 하지만, 보통 이렇게 통화는 끝난다.
그래도 단지 나의 안부를 궁금해하는 친구가 있어 그나마 삶을 잘 살아내고 있다는 생각이 든다.
오늘 집에 갈 때 오랜 친구에게 안부 전화를 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