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자씨의 불친절한 직장생활
그는 오랜 기간 동안 회사에 충성하며 묵묵히 자신의 업무에 충실했다.
이번 권고사직에 군말 없이 통보받은 당일 퇴사 했다고 한다.
퇴사 당일에 급하게 짐을 싸서 나간 것일까?
그의 방 한편에 조금은 커다란 종이 박스가 눈에 띄었다.
그 박스 안에는 오래된 휴대폰, 회사로고가 프린트된 기념품 등… 그가 이 회사에 머물렀던 기간을 가늠할 수 있는 물건들이 박스 안에 아무렇게 쌓여 있었다..
그 박스는 조만간 택배로 그의 집으로 배송될 것이다.
그는 그 박스와 그 안의 물건들을 맞이했을 때 어떤 기분이 들까?
지금 그의 방 입구에는 다른 사람의 이름표가 붙어 있다.
그 이름표는 자석으로 되어 있어 쉽게 떼었다 붙였다 할 수 있다. 아주 쉽게….
새로 입주한 사람의 짐은 아주 단출하다.
업무에 필요한 사무용품 몇 가지 외에 눈에 띄는 물건은 없다.
아마도 당신이 퇴사할 때 다른 사람처럼 머물렀던 자리의 흔적을 택배로 받기 싫어서였을까?
다른 어떤 직원의 책상 위에는 주인이 없을 때 달랑 볼펜 한 자루만 있다.
그는 예전에 권고사직으로 퇴사를 했었다가 다시 입사한 사람이다.
그는 같은 상황에 직면했을 때 빠르게 집에 갈 수 있게 회사에 짐을 두지 않는다고 한다.
전 회사 옆자리의 임원은 작은 노트북 가방하나만 들고 다녔다.
그의 자리에는 키보드 하나와 모니터 하나가 놓여 있었다.
그 키보드마저도 없었다가 입사 후 한참 뒤에 생겼다.
그는 이직 경험이 몇 번 있었다.
왜 그가 머물렀던 자리가 왜 그리 단출했는지 이제 알 것 같다.
나는 물건을 잘 버리지 못한다. 그래서 한 자리에 오래 있을수록 물건이 쌓인다.
지난 직장에서 8년을 넘게 다녔다.
별로 쓸데없는 물건들이 쌓여만 갔다.
자리를 옮길 일이 있을 때면 반나절을 짐을 옮기는데 써야 했다.
하지만, 난 이 회사를 오래 다닐 것이라 여겼기에 짐을 줄일 생각을 하지 않았다.
막상 퇴사할 때 짐을 조금씩 옮기기는 했지만, 며칠이 걸렸다.
지금 나의 자리에는 키보드, 노트북 거치대, 그리고 모니터 2개가 자리한다.
모니터는 회사 자산이니까, 만약에 퇴사한다면 키보드와 노트북 거치대만 챙기면 된다.
그리고, 입사할 때 받은 작은 상자가 하나 있다.
그 상자는 나중에 퇴사할 때 사용하려고 한다.
그리고, 그 상자에 담을 수 없을 만큼의 물건은 절대 두지 않을 것이다.
집에 가는 두 손을 무겁게 하지 않기 위해서….
고용이 유연해야 기업이 잘 되고, 기업이 잘 되어야 나라가 잘 되고,
그래야 국민이 행복 해 질 수 있다고 한다.
퇴사하는 날 두 손의 가벼움을 걱정하는 직장인들은 어느 나라 국민일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