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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자씨 Apr 09. 2023

'나는 솔로' 아무리 봐도 나는 계속 SOLO

근자씨의 불친절한 에세이

#40대 노총각이 '나는 솔로'를 보는 이유


나는 TV 예능프로그램을 거의 보지 않는다. 아까운 시간 소비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러던 내가 언제부터인가 '나는 솔로'를 계속 보고 있다.


몇 달 전, 친절한 회사 동료의 도움으로 오랜만에 소개팅을 했다.

소개팅 성공률이 갈수록 하향곡선을 그리고 있는 즈음이라, 한 번 한 번의 소개팅이 매우 소중 했다.

그 소개팅을 내가 아주 소중히 여긴다고 해서 상대방도 그럴 것이라는 생각은 하지 않는다.

어쨌든, 상대방과 소개팅 주선자에게 폐가 되지 않도록 소개팅 동안 만나는 시간만큼은 최선을 다 하는 편이다.

그날따라 마음 드는 상대방이 소개팅에 나왔다.

서로의 공통점을 찾기 위해 이런저런 질문하던 중에 즐겨보는 TV Program 있는지 물어보았다.

그녀는 '나는 솔로'를 최근에 재밌게 보고 있다고 한다.

그 이유에 대해 그녀는 이렇게 설명해 주었다.


"출연자들 군상 속에서 연애라는 감정 앞에 출연자들의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감정을 볼 수 있어서 재밌어요."

"그래요? 그럼 저도 한 번 봐야겠네요."


스쳐 지나가듯 이야기했지만, 나는 다음번 만남으로 이어지길 바랐고, 다음번 만남에서의 화젯거리도 만들 겸, 그다음 날부터 '나는 솔로'를 보게 되었다. 가장 이슈가 되었던 '돌싱특집'부터...


그리고, 내가 최근에 '나는 솔로'를 본다고 했더니, 누군가가 이런 이야기를 했던 것도 기억난다.

"죽은 연애세포를 다시 활성화시키는데 도움이 될지도 몰라요."


#'나는 솔로'시청은 도움이 되었을까?


'돌싱특집'부터 시작한 '나는 SOLO' 정주행은 그 전 편에 대한 역주행과 다음 편의 정주행으로 쭈욱 이어졌다.

소개팅의 그녀가 이야기 한 대로, 출연자들은 본인의 날것의 감정을 그대로 드러냈고, 눈물을 흘릴 때도 있었다. 프로그램 연출자는 그것을 제대로 편집해서 보여주었다.

출연자들의 언행을 보면서 이성에게 어떤 행동이 호감을 주고, 어떤 행동이 반감을 줄 수 있는지 공감이 가는 부분도 많이 있었다.

살아있는지 조차 불분명한 나의 '연애세포'는 나의 마음속 심연에서 꿈틀거리기는 한 것 같다.

결론적으로 '나는 SOLO' 시청은 그냥 재밌게 시간 보내는데 도움이 되었다.

당분간은 계속 '솔로'일 것 같다. @Unsplash


#계속 볼 것인가? 말 것인가?


같은 포맷, 비슷비슷한 외모와 성향의 출연자들이 보여주는 모습이 이제 식상해졌다.

자기소개를 할 때 의사를 비롯한 전문직이거나 고소득의 사업자일 경우, 출연자들의 반응과 선택의 변화를 보면 결과는 거의 예측 가능해진다.

그리고, 이제 평범한 출연자들은 거의 없어 보인다.

평범하고 잔잔하게 다가오는 커플들의 이야기는 편집되어 볼 수 없고, 한 사람에 쏠린 관심과 그 관심을 얻기 위해 노력하고, 실패하는 과정에서 자극적인 격한 감정의 표현들만 나올 뿐이다.

다음 편에도 좋은 조건의 괜찮은 외모의 사람이 나타나 12명을 울고 웃게 만들겠지.

너무 뻔한 이야기의 전개라 더 이상 볼 이유는 없을 것 같다.

어쩌다 핫이슈로 떠오르는 특집 편이나 나오면 볼까?

'솔로'이기 때문에 고독하지만, 그만큼 자유롭다. @Unsplas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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