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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근자씨 May 13. 2024

모순 - 양귀자 장편소설

근자씨의 서재 - 양다리 걸친 결혼 적령기 여성의 남자 선택기 

모순 - 양귀자 장편소설

도서출판 쓰다


My Prologue


대학교졸업 이후부터 소설책은 잘 읽지 않았다.

그 시간에 차라리 자기계발 서적을 읽는 게 나을 것 같아 그런 류의 책을 많이 읽은 것 같다.

하지만, 검증되지 않은 자기계발 서적이 넘쳐나는 세상이 왔고, 최근에 성공팔이들 사기꾼들의 책들이 베스트셀러에 오른 경우도 있었다. 그런 책들 속에서 나의 삶에 도움이 될만한 문구하나 기억도 나지 않는 경우들도 부지기수다.

어느 날 문득 어설픈 자기계발 책 한 권보다 어쩌면 잘 쓰인 소설책 한 권이 내 삶에 좀 더 나은 자양분이 될 수 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소설 속의 누군가의 삶을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교훈과 감동을 얻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모순은 출간된 지 20년이 훌쩍 넘은 작품이지만 여전히 베스트셀러다.

2024년 5월 둘째 주, 교보문고 소설 부문 베스트셀러 2위를 지키고 있다.

넷플릭스 시리즈 ‘삼체’가 최근에 방영되지 않았다면, 계속해서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었을지도 모르겠다.

요새 어떤 책들이 인기가 있는지 확인하기 위해 한두 달에 한번 서점에 간다.


왜 20년이 지난 지금에도 ‘모순’은 그렇게 인기가 있는 걸까?

우리의 삶이 ‘모순’ 덩어리여서 그 ‘모순’을 어떻게 이야기로 풀어냈을지 궁금했던 것일까?

나 또한 그 궁금증에 이 책을 펼칠 수밖에 없었다.



In The Book


우리들은 남이 행복하지 않은 것은 당연하게 생각하고 자기 자신이 행복하지 않은 것에 대해서는 언제나 납득할 수 없어한다. - p. 9


하지 않아도 될 말들을 부득불 해가면서 살아갈 필요가 어디 있겠는가. 아껴서 좋은 것은 돈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돈보다 더 아껴야 할 것은 우리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말들이었다. - p. 75


(인간의 대부분의 실수는 잘못된 ‘말’에서 비롯된다. 인간의 생각을 표현하기에 ‘말’은 가장 쉽지만, 가장 조심스럽게 뱉어야 할 표현방법이다.)


사람들은 작은 상처는 오래 간직하고 큰 은혜는 얼른 망각해 버린다. 상처는 꼭 받아야 할 빚이라고 생각하고 은혜는 꼭 돌려주지 않아도 될 빚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인생의 장부책 계산을 그렇게 한다. - p. 127


(행여 내가 망각하고 있는 은혜는 없는가? 고민하게 된다. 은혜를 받았으면 갚아야 한다.)


소소한 불행과 대항하여 싸우는 일보다는 거대한 불행 앞에서 차라리 무릎을 꿇어버리는 것이 훨씬 견디기 쉬운 법이다. - p. 148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에서 솔직함이 최선이라고 생각하는 것처럼 어리석은 일은 없다. 솔직함은 때로 흉기로 변해 자신에게 되돌아오는 부메랑일 수도 있는 것이다. - p. 157


(나의 솔직함을 이용하여 나를 공격할 수도 있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인생이란 때때로 우리로 하여금 기꺼이 악을 선택하게 만들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그 모순과 손잡으며 살아가야 한다. - p. 168


(태어났으나, 반드시 죽음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모순'일 수도 있지 않은가? 어차피 죽음으로 마무리되는 삶인데 왜 태어났어야만 했는가? 힘든 삶은 간혹 그것을 포기하게 만들 때도 있다.)


p. 182

나의 불행에 위로가 되는 것은 타인의 불행뿐이다. 그것이 인간이다.

억울하다는 생각만 줄일 수 있다면 불행의 극복은 의외로 쉽다. 상처는 상처로 밖에 위로할 수 없다.


(나는 다른 사람보다 덜 불행하니 살만한가? 아니면 행복할 수 있으니 살만한가?)



달리기만 할 줄 알고 멈출 줄은 모르는 자동차는 아무 쓸모도 없는 물건이듯이, 인생도 그런 것이었다. 언젠가는 멈추기도 해야 하는 것이다. - p. 208


(열심히 일을 잘하는 사람은 잘 쉴 줄도 알아야 한다. 그래야 오래 할 수 있다.)


인생은 짧다. 그러나 삶 속의 온갖 괴로움이 인생을 길게 만든다. - p. 256


(그 괴로움을 극복하는 과정이야 말로 삶의 정수가 아닐까?)


p. 272

너무 특별한 사랑은 위험한 법이다.

너무 특별한 사랑을 감당할 수 없어서 그만 다른 길로 달아나버린 아버지처럼, 사랑조차도 넘쳐버리면 차라리 모자란 것보다 못한 일이다.


p. 291

살아봐야 죽을 수도 있는 것이다. 아직 그 모순을 이해할 수 없지만 받아들일 수는 있다. 삶과 죽음은 결국 한통속이다. 속지 말아야 한다.


p. 296

뜨거운 줄 알면서도 뜨거운 불 앞으로 다가가는 이 모순, 이 모순 때문에 내 삶의 발전할 것이다. 나는 그렇게 믿는다. 우이독경, 사람들은 모두 소의 귀를 가졌다.

인생은 탐구하면서 살아가는 것이 아니라, 살아가면서 탐구하는 것이다. 실수는 되풀이된다. 그것이 인생이다.


My Epilogue


'양다리 걸친 결혼 적령기 여성의 남자 선택기'라고 했지만, 그녀의 최종 선택에 이르기까지의 여정이 무척 재밌다.

같은 세대인 어머니와 이모의 대비.

그리고 여자주인공과 어머니/이모와의 세대 간 대비는 이 소설의 읽는 맛을 더한다.

그리고, 가수 김현우의 노래 '헤어진 다음날'을 들어보는 것도 소설의 맛을 더했다.

마지막으로 그녀의 선택은 누군가에게는 '모순'이었고, 누군가에게는 '합리적' 선택으로 보일 수도 있다.


모순:

옛날,

창과 방패를 만들어 파는 사람이 있었다.

그는 사람들에게 자랑했다.

이 창은 모든 방패를 뚫는다.

그리고 그는 또 말했다.

이 방패는 모든 창을 막아낸다.

그러자 사람들이 물었다.

그 창으로 그 방패를 찌르면 어떻게 되는가.

창과 방패를 파는 사람은 그만 입을 다물고 말았다. - p. 290


죽음을 위해 달려가는 삶 자체가 나는 '모순'인 것 같다.

하지만, 그것을 맞이하기 전까지는 잘 살아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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